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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변수다. 시멘트 제조원가 중 30%에 이르는 유원탄과 동일하다. 전기요금이 또 오른다면 전기요금이 제조원가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게 된다. 레미콘도 만만치 않다. 제조원가의 40%가 시멘트다. 시멘트 가격이 올라가면 레미콘 가격도 덩달아 오를수 밖에 없다.
최근엔 건설경기 악화가 변수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제품가를 올려 줄 수 없다는 논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준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9포인트 상승한 69.6에 불과하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전기요금 인상 조짐에 시멘트와 레미콘 양 측이 치열한 씨름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싸움은 시멘트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된다. 특정 업체가 레미콘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내면, 다른 업체들이 순차적으로 비슷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한다. 그러다 보니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추고 싶어한다. 한 번에 결론이 나는 경우는 없다. 평행선을 달리기 일쑤다. 갈등도 발생된다.
이 같은 양측의 공방이 지속되면 결국 서로는 치열하게 물어 뜯게 된다. 양갱수미 중구난조(羊羹雖美 衆口難調). 양고깃국이 아무리 맛이 좋아도 모든 사람의 입맛에 다 맞추기는 어렵다는 명심보감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건설·시멘트·레미콘 업계의 상황이 이와 같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들여 결론을 내려도 모두가 만족할 수 없다.
그럼에도 최악을 피하기 위해, 그나마 서로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위해 매년 특정 시기에 양측이 만나 다음년도 시멘트 가격 협상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건설업계도 포함해 협의체를 결성하고, 해당 협의체가 제품 가격을 정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가격을 정할 수 없다면 변동 폭이라도 협의해야 한다.
흔히들 경영인들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최악으로 꼽는다. 불확실성은 사업자를 순식간에 망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멘트·레미콘 가격을 둘러싼 변수는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 다음년도 제품가를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면 돌발상황을 줄일 수 있다. 특정 업계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입장이 다른 업계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세 업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가만히 서서 당하는 것보다 낫다. 각 업계의 중지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