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인 국민의힘이 한 발 물러나 법사위만을 달라고 타협안을 내고, 또 물러나 법사위와 운영위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1년 씩 번갈아 맡자고 타협을 시도했음에도 민주당은 요지부동이었다. 최소한의 견제를 위해, 본회의 개의권과 법안 상정권을 쥔 국회의장이 속한 당과 법안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의 위원장이 속한 당은 달라야 한다는 상식도 민주당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차지해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이라면 모두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일방적인 상황은 당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10 총선 당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비주류가 전멸하다시피 한 이후,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의 의견에 반하는 목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이 대표와 그 지지층을 위해 당의 근간인 당헌·당규를 뜯어고치는 일까지 진행됐다.
민주당은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경우 대선일 1년까지 전 사퇴해야 하는 규정에 예외조항을 두어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 대표의 연임 및 대선 도전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을 없앴다. 당 국회의장단 후보자 및 원내대표 선출 시 권리당원 투표를 반영하게 해 중립 의무가 있는 국회의장 선출에까지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미칠 수 있게 했고, 당직자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는 아예 폐지했다.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무공천한다는 규정도 폐지됐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주었다 해서 그것이 민주당만은 그 어떤 견제도 받지 않아도 된다는 특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당내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재명 당 대표와 친이재명계를 위해 당의 당헌·당규를 마음껏 뜯어고쳐도 된다고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부 비판을 '내부 총질'로 치부해 탄압하고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했던 여당이 4·10 총선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듯, 민주당의 이러한 무리한 움직임도 결국은 언젠가는 민심의 반발을 사 당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사필귀정'을 논하기 이전에, 민주당은 이 나라 입법부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원내 1당이다. 이러한 집단이 당 밖의 견제도, 당 안의 견제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 나라의 정치 전체를 후퇴시키는 일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당 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나라 전체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상당할 것이다. 우리 정치권 전체를 위해서도, 민주당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할 수 없는, 안팎으로 견제가 무너진 민주당의 일방통행이 우려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