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원 커질수록 통제 불가능
美 본토 위협 등 수위 높여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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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6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30일 이후 약 한 달 만으로, 지난 24∼25일 이틀 연속으로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한 데 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며 복합적인 도발에 나선 것이다. 연평도에서는 인근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내륙 산 중턱에 위치한 해안 포문이 열려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은 또 6·25 전쟁 발발 74주년인 지난 25일에는 평양에서 10만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반미 집회를 열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1면에 반미 사설을 싣는 등 강경한 대미 적대 메시지도 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의 '프리덤 에지' 훈련 참가를 위해 지난 22일 부산에 입항한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대응한 도발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부산 해군작전기지를 방문해 루스벨트호에 직접 승함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공언하며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극초음속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지난 4월 2일 '시험발사 성공'을 과시했던 '화성-16나' 관련 시험을 거듭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해당 미사일이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중폭발에 앞서 대량의 연기가 발생한 만큼, 엔진 결함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게 군 당국 설명이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100㎞ 이상 활공비행이 가능한 미사일을 뜻한다.
우리 군은 북한이 관련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행능력 외에도 탄두부 열방호 및 재진입 기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다만 북한이 기술 진전을 위해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예고한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북한이 관련 기술 진전을 이룰 경우, 러시아의 조력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북한의 복합적인 대남 도발에 나선 배경으로 지난 19일 체결된 러·북 조약이 꼽힌다. 앞서 러시아와 북한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고 군사협력 강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 조약의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 법에 준해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사실상 1961년 양국 간 우호조약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복원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의 핵 개발에 눈감는 듯한 러시아의 태도 역시 북한이 자신감을 얻어 도발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러·북 조약은 러시아와 북한의 민수용 원자력 협력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군사 지원 약속에 이어 사실상 '핵 보유 용인'까지 얻어낸 북한이 러시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남·대미 적대 행위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대남 오물풍선으로 대응했는데 이제는 미사일로 도발을 하고,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방향으로 담화가 나오고 있다"며 "유사시 러시아의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과거보다 훨씬 더 자신감을 가지고 강압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 핵 개발에 대해서는 완전히 눈을 감은 것으로 북한이 그동안 핵과 미사일 외의 다른 쪽으로는 상당히 뒤처져 있었는데, 그런 분야에서까지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경우 갈수록 통제 불가능한 상대가 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남한을 대상으로 위협을 했었는데 앞으로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며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