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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원영적 사고'를 곱씹어볼 계기가 있었다. 최근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이 아니라고 대법원에서도 판결이 났다"는 말 때문이다. 여기에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당 대표의 '검찰 애완견' 발언을 감싸기 위해 "보통명사가 된 '기레기'라고 말하지, 왜 격조 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느냐"며 한술 더 뜬 발언도 있었다.
기자 직업을 비하하는 이 단어가 널리 쓰인 지 오래라 사실 덤덤한데, 대법원 담당으로서 바로잡고 싶은 부분이 있다. 대법원은 '기레기'라는 단어가 모욕적 표현이 아니라고 판결한 적이 없다. '기레기'라는 표현은 모욕적 표현이 맞지만 전후 사정을 따졌을 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아무런 맥락 없이 다짜고짜 '기레기'라고 했다가는 여전히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원영적 사고를 거치면(?) 쓰레기라고 불리는 것은 여간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지구적 관점에서 쓰레기야말로 자원순환 시스템의 결정체 아닌가. 버려진 쓰레기는 불태워 하늘을 훨훨 날거나 땅에 매각돼 식물의 거름이 되고 드물게는 재활용돼 새로이 쓰임을 얻는다.
쓰레기의 시선에서 보면 여의도에는 용도 폐기돼 버려져야 마땅함에도 재활용되기를 거부한 채 통과시키지도 못할 법안만 쏟아내는 사정이 딱한 어른들도 많은 듯하다. 격조 높은 의원들께서 민생 살릴 법안도 많이 합의하고 기왕이면 모욕죄도 폐지해 서로 웃으면서 '쓰레기'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비아냥, 아무래도 '원영적 사고'와 거리가 멀다. 역시 기자에겐 "맞다이로 들어와"를 외친 '(민)희진적 사고'가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