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55주째 ↑·부동산 사기 여파
만료 앞둔 '임대차 2법'도 불안요소
1~5월 생애 첫 매수자 1만 6912명
아파트 거래 경기·인천 20%대 늘어
9000만원에 '갭투자'… 확산 우려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전세로 눌러앉기보다는 자금을 더 보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1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지역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매수자는 1만691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1만1308명) 대비 49.6%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문제가 끊이질 않으면서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쏠린 영향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0% 오르며 55주 연속 상승했다.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아파트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도 늘고 있다. 올해 1~4월 서울에서 손바뀜(매매 거래)된 아파트는 총 1만34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62건)보다 39.1%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 부담을 느낀 일부 수요자들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아파트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경기(3만1127건→3만8452건)와 인천(8159건→9950건)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도 각각 23.5%, 22% 늘었다.
중랑구 상봉동 건영캐스빌 전용 84㎡형은 지난 3월 26일 8억1000만원에 팔린 후 같은 날 7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매수자가 이 단지를 구입하는 데 불과 9000만원을 쓴 셈이다.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대우아파트 전용 32㎡형도 같은 달 20일 3억7150만원에 손바뀜됐다가 2억7000만원에 전세입자를 들였다.
당산동 H공인 관계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가 크지 않은 소형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사려는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갭)가 줄어들고 향후 집값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 수요가 많아질수록 갭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1.5%로, 작년 8월(59.3%) 이후 8개월째 오르고 있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전셋값이 오르면 실수요자들이 전세 대신 집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거나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되살아나 매매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포함한 주택시장 안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