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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받고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100년 넘게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생애에는 불가능하다. 저축을 시작하고 다음 생애에 가야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우스갯말까지 돌고 있다.
아메리카TV 등 현지 언론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8~41세 청년층 중 63%가 저축 등 스스로의 힘으로 주택을 장만하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력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청년은 15%에 불과했다.
청년층에게 내 집 장만은 1순위 꿈으로 나타났다. 청년 응답자의 63%가 가장 안전한 투자로 부동산투자를 꼽았고 68%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자동차나 여행 등을 뒷전으로 미루고 주택부터 구매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청년층이 내 집 장만의 꿈을 접는 건 소득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페소화를 법정화폐로 사용하지만 부동산은 100% 달러로 거래된다. 집값에 큰 변동이 없어도 페소-달러 환율의 등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다.
아르헨티나의 명문 사립대학 투르쿠아토 디 텔라의 재정연구센터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집을 구매하기 위해선 가장 오랜 기간 저축을 해야 하는 중남미국가였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른바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100㎡ 규모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무려 129년 동안 꼬박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65년), 3위 페루 리마(64년), 4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56년), 5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46년) 등 내 집 장만이 쉽지 않은 도시가 수두룩했지만 1세기 넘게 최저임금을 저축해야 하는 국가는 아르헨티나가 유일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14개 중남미 주요 도시의 100㎡ 아파트 가격은 높게는 ㎡당 3100달러대, 낮게는 1200달러대였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가 3166달러로 가장 비쌌고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가 1202달러로 가장 저렴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당 2358달러로 중남미 중위권이었다.
문제는 환율이다. 아르헨티나의 최저임금은 현재 23만4000페소로 미화로 환산하면 260달러를 살짝 웃돈다. 그러나 공식 환율 대신 일상생활에서 화폐가치의 기준이 되는 암달러를 적용하면 달러로 환산 아르헨티나의 최저임금은 더 낮아진다. 재정연구센터는 암달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저축해야 하는 기간을 계산했다.
공식 환율을 적용해 미화로 환산한 아르헨티나의 최저임금은 칠레(516달러), 볼리비아(462달러), 브라질(274달러) 등보다 낮은, 중남미 최하위 수준이다. 현지 언론은 "가뜩이나 최저임금이 낮은 가운데 최근에는 한동안 잠잠했던 페소-달러 환율까지 꿈틀대 청년들의 내 집 장만의 꿈을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