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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양키스는 '악의 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포스트시즌(PS)만 되면 죽을 쑤거나 가을 야구에 참여하지도 못하는 일을 반복했다. 비난의 화살은 장기집권 중인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에게 집중됐다. 성과를 못 내도 자리를 지킨 애런 분 감독 역시 사퇴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캐시먼-분 체제가 올해도 이어지자 팬들은 일찌감치 비관론을 내놓았다. 두 사람이 있는 한 팀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양키스는 천적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개막 4연전을 모두 쓸어담았고 그 기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팀 홈런 1위, 타율 3위, 평균자책점 1위 등 내용면에서 예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다.
양키스의 반등 요인을 살펴보면 후안 소토 등 스타 선수 영입 효과 외에도 코치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 득점 기회에서 맥을 못 추던 타선이 올해 제임스 로슨 타격코치 영입 후 불방망이로 변했다. 투수 코치 맷 블레이크는 지난해 이름값이 크지 않은 선수들로 탄탄한 불펜을 구축한 데 이어 올해 예상을 깨고 최강 선발진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
양키스의 내부적 변화는 최근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올해 초 아시안컵 졸전과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당분간 수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축구의 대대적 개혁을 논하기에 앞서 A대표팀 등 각급 대표팀의 성적과 경기 내용은 언제나 중요하다. 현 체제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는 양키스처럼 요직에 능력 있는 인사를 앉히는 것도 단기간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전력 상승을 고려해도 아시아권 국가를 효율적으로 제압하지 못하는 문제는 조치가 요구된다. 협회 내 위원회와 대표팀에서 객관적 진단과 효과적 처방을 내릴 명의가 필요한 셈이다. 파리 올림픽에 이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도 못 나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축구계가 '고인물', '그 밥에 그 나물'이 되고 있다는 팬들의 쓴소리를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