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벤 알드리지, 토마스 앨런, 존 블런트.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새겨진 참전용사의 이름을 바라보던 작은 소녀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했던 그 아들·딸에게 경의를 표합니다'고 쓰여진 글을 나지막이 되뇌던 소녀는 유엔(UN)군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손으로 가리키며 머나먼 타국에서 자유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그들의 헌신에 감사함을 전했다.
6일 현충일에 찾은 전쟁기념관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의 영웅'을 조용하고 엄숙하게 추모하고 있었다. 혹독했던 전쟁의 기억, 그 기억을 통해 교훈을 얻고, 미래 세대가 통일을 이루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자 안보 교육의 장으로 1994년 6월 10일 문을 연 전쟁기념관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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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한 중학생이 회랑 전사자 명비에 새겨진 해외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바라보고 있다. /박주연 기자
전쟁기념관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던 국군용사들과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녹아있는 추모공간이기 때문이다. 전쟁기념관 본관 왼쪽과 오른쪽으로 'ㄷ'자처럼 이어진 회랑엔 전사자 명비가 200여개 세워져 있다. 이 명비에는 창군이래 전사한 국군과 경찰 약 17만명과 유엔군 참전용사 약 4만명 등 21만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쟁기념관을 찾은 유엔군 참전용사들과 참전용사 유족들은 전사자 명비를 보며 크게 놀라워하며 감사해 하고 있다. 한국을 여행 중인 미국인 매튜 리브니체크씨(22)는 "6·25전쟁 당시 미군의 사망자 수가 3만6000명이 훌쩍 넘는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희생된 용사들의 수를 보면서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우리의 지난 70년은 그 자체로 기적의 역사다. 바로 그 토대에는 위대한 영웅들의 헌신이 있었다"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께서 보여주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숭고한 희생은 세대를 바꿔 가며 이어지고 있다"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며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