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만에 자회사 10개 그룹으로
지역 경계 사라지고 인뱅 독주 속
시중은행 전환 성공여부 주목
경쟁촉진 통한 소비자후생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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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자장사에 매몰되고 있는 5대은행을 '독과점 행태'라고 지적하며, 공정한 경쟁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시중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대구은행이 대구, 경북을 넘어 전국구 영업기반으로 확대하게 된 만큼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5대은행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메기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미 대형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은행산업에서 대구은행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57년 만에 변곡점에 선 DGB금융' 기획을 통해 대구은행 출범부터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과정과 함께 DGB금융의 경쟁력과 황병우 회장의 역할, 그리고 시중은행으로서의 한계 등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우리가 오데 남이가!'
영남지역 특유의 구호이기도 한 이 문구는 1967년 자본금 1억 5000만원, 점포 1개였던 대구은행이 32년만에 전국구 은행으로 탄생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지방은행 최초로 창립된 대구은행은 지역 주민을 상대로 '대구은행은 우리의 은행, 대구의 돈은 대구은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짙은 호소력이 담긴 이 슬로건 덕분에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이후 57년만에 대구은행은 자회사 10개를 보유한 DGB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자산규모는 100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면서 32년만에 전국구 은행 탄생을 앞두고 있다.
업계선 인터넷뱅크에 이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 영업망 경계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으로 인터넷뱅크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DGB금융그룹은 많은 어려움 끝에 공적자금이나 외국자본 없이 살아남은 '독자생존 DNA'가 있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구은행의 지난 57년 역사를 짚어보고 대규모 금융 구조조정 속에서 생존한 노하우와 경험을 살펴보면 향후 DGB금융의 성공적인 시중은행 전략과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이르면 7월 강원도 원주에 첫 영업점을 낼 예정이다. 전국구 은행 전환을 위해 사명은 'iM뱅크'로 변경한다. 대구은행은 향후 3년간 충청도와 강원 지역에 14개 영업점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구은행은 인터넷뱅크들의 고속 성장, 시중은행보다 높은 조달금리, 지방은행만의 영업지역 등으로 성장 한계를 느끼면서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한 바 있다.
대구은행의 이번 시중은행 도전을 두고 내외부에선 위기속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많은 부침에도 위기를 극복한 생존 DNA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위기는 1998년 IMF시절이었다. 당시 정부는 부실은행을 퇴출하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해 강도높은 금융 구조조정을 실시하던 시기였다. 이때 사라지거나 합병된 은행들이 현재 우리(상업+한일+평화), 하나(하나+보람), 국민(국민+주택) 등으로 남았다. 경남과 광주은행은 우리금융으로 편입됐고 제주은행은 공적자금으로 회생해 신한금융으로 편입됐다. 금융 구조조정으로 2008년 기준 지방은행 40%가 사라졌다.
대구은행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7800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매각한데다 한계기업들의 연쇄 도산 등으로 5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적자를 내면서다. 이 때 점포 구조조정으로 1년만에 17개 점포를 폐쇄했으며, 뉴욕과 동경, 홍콩 등 해외사무소도 폐쇄했다. 금융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구은행은 총 3회에 걸쳐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655억원의 무상증자를 실시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다. '우리의 은행, 대구은행 주식갖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지역주민들이 대구은행 살리기에 동참했고 대구은행은 자본금 6021억원을 확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조한 경영실적은 계속됐다. 은행의 존폐를 두고 고민할 때, 외국자본 유치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마침 미국계 자산운용사가 대구은행 인수를 결정하고 자본참여를 제안해온 상황이었다. 대구은행은 그래도 독자생존을 택했다. 외국자본이 들어온다면 지역기반 영업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역 중소기업의 금융지원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이후 다행히 대구은행은 경영실적이 상승하면서 IR활동을 통하 주가 회복에도 성공했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대구은행은 생존의 갈림길에 다시 한번 놓이게 됐다. 2000년 10월,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으로 금융산업의 대형화가 시작되면서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통합법도 시행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지주사 전환도 빨라졌다. 당시 대구은행은 동남권으로 지역 기반을 넓히는 중이었다. 이미 대구와 경북지역에 점포수가 230개를 넘어서면서 포화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은행들의 대형화와 겸업화는 앞으로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대구은행은 지주사 설립을 추진, 2011년 5월 금융위로부터 금융지주 설립 본인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로써 DGB금융그룹은 대구은행, 카드넷, 대구신용정보 등 3개 자회사와 함께 총자산 30조원 규모로 지주사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DGB금융의 폭풍적인 성장세가 시작된다. 2014년 DGB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을 인수하며 지방은행 최초로 보험업에 진출했다. 금융위가 영업구역제한을 해제하면서 2015년부터는 지방은행들의 경기지역 진출도 시작됐다. 2016년에는 LS자산운용을 인수, 하이투자증권, 뉴지스탁 등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10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총자산 96조원에 달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올 하반기면 대구은행은 국내 7번째 시중은행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금융위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승인하면서다. 새로운 시중은행 출범으로 고객들은 더 낮은 금리로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중저신용자 대상 포용금융 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긴 역사를 보유한 대구은행이 지역 기반 및 모바일뱅킹 등의 장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인터넷뱅크에 이어 두번째 메기 역할을 해줄지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