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금융지원 17조원은 공장 신축, 라인 증설과 같은 막대한 설비투자로 생기는 유동성 부족 해소에 쓰인다. 특히 반도체 지원의 70% 이상이 중소·중견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했는데 더는 대기업 감세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올해 일몰되는 반도체 세액공제(최대 25~35%)도 연장해 R&D와 설비투자에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팹리스(Fabless)'와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위해 1조원 규모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는 점이다. 한국은 메모리에 강점이 있는데 앞으로 설계, 제조와 장비 분야에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경기 남부에 조성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전기·용수·도로 인프라도 속도를 낸다.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이다. 미국은 인텔에 26조원, 삼성전자 9조원, 대만 TSMC 17조원의 보조금과 대출 지원을 통해 반도체 최강국을 노린다. 일본도 TSMC에 4조원을 지원, 공장을 유치했다. 유럽연합과 중국, 대만 등도 반도체에 사활을 걸었다. 이때 정부가 26조원을 국내 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투자로 평가받을 만하다.
반도체 생태계는 대통령의 결단 못지않게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 전력망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가 공급된다. 반도체 지원을 부자 감세, 대기업 감세로 보는 야당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정부 지원 부족에 우리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제 기술 확보에 전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