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를 비롯한 경제전문가들은 현재의 미국 경제 호황의 비결 중 하나로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해 유연한 고용정책을 꼽고 있다. 자유로운 해고를 보장하는 미국 특유의 노동 유연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딛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애니메이션 명가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의 자회사인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전체 인력의 약 14%를 해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는 외신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만들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달 들어 미국발 대량해고 뉴스가 유난히 많은 탓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이미 지난달 중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전체 직원의 10% 이상을 줄이겠다고 공표한 이후 한 달 넘게 대규모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테슬라의 해고 바람이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도 수백개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계획 하에 감원과 직원 재배치, 기술 담당 사무소 폐쇄 등의 조치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 빅테크 기업 구글은 이달초 핵심부서 인력을 최소 200명 해고했다는 우울한 소식을 전했다.
여기에 고용 악화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과거 유명 TV프로그램 진행자 시절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을 유행시켰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대선 레이스에서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의 반이민 정책이 미국 노동시장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물가상승과 경제성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발표된 실업률이 3.7%로 완전고용 수준이라는 2024년 5월 현재 미국에서 대량해고 바람이 광풍처럼 불고 있는 점은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