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의 무게 견디며 가정의 달도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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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년간 직업 군인의 배우자로 살고 있는 김아름씨(39·여)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 대부분을 군 부대에서 지내는 남편의 빈자리가 익숙하다. 자녀교육을 위해 기러기 가족 생활을 택하는 군인 가정도 많지만 "아이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다"며 남편을 따라 부모님도, 친구도 없는 낯선 곳으로 이사를 다녔다. 김씨는 지난 7년의 결혼생활 중 남편을 따라 낯선 지역으로 총 4번의 이사를 했다. 학생시절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서는 총 18번의 이사를 했다. 이제는 홀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부생활에도 무뎌졌다.
김씨는 남편과 소통할 기회가 적어 특별한 방법으로 속마음을 주고받고 있다. 밤낮 구분 없는 남편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고민 끝에 남편과 함께 교환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가끔은 서로를 위해 편지도 쓰고 있다. 김씨는 "소통시간 자체가 적다 보니 신랑은 제 말에 바로 답을 해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한다"며 "문자나 카톡보다 일기나 편지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21일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 '부부의 날'을 맞은 가운데 제복근무자와 그 가족들은 나라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제복의 무게'를 함께 견뎌내고 있다. 이들은 '가정의 달'임에도 국민의 안위만 바라보는 '제복의 품격'을 지키며 헌신과 희생이라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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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지구대·파출소에서 일하는 일선 경찰들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A 경감은 "30년 경찰 생활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라며 "그간 모은 돈 대부분을 가족을 위해 썼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쌓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서울 중랑경찰서 소속 지구대의 B 경감도 "아이 셋을 낳아 키우는 동안 잠을 설쳐가며 노력했지만 아내가 결국 육아독박을 썼다"며 "요즘은 육아휴직 등이 보장되지만 그마저도 육아휴직 기간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