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영향 없다"지만 파장 불가피
승계 과정서 '권력투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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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대통령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 최고지도자의 1순위 후계자로 사실상 2인자로 행세해 왔다. 그는 2021년 취임 후 국내외적으로 강경 정책을 추진해 왔고, 이번에 함께 사망한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이 중동 내 외교에 깊이 관여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유고가 이란 정부의 내외 정책에 모종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하메네이는 전날 TV 연설을 통해 "이번 사고가 국정 운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도덕법 강화를 지시하고, '히잡 시위' 등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감독했으며 세계 강대국들과의 핵 협상에 대한 강경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권력을 공고히 하면서 서방과의 긴장 완화를 원하는 개혁파들을 소외시켰으며, 러시아·중국과 긴밀한 경제·안보 관계를 구축하는 '강력한 외교' 정책을 추구한다고 반복해 말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 재임 기간 이란은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기지 등에 대한 공격을 수행한 중동 전역의 대리 세력(proxy)들을 지원하고,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면서 역내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그는 국가 통치 성직자들에 반대해 거리에 나온 여성과 젊은이들이 다수인 시위대에 대한 대대적이고 치명적인 탄압을 지휘했는데, 인권 단체들은 수백 명의 시위대가 국가보안군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단은 지난 8일 2022년 9월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갑자기 숨져 '히잡 시위'의 도화선이 된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인이 구금 중 폭행이라며 "시위대 551명이 이란 군에 의해 사망했고, 여기에는 여성 49명, 어린이 68명이 포함된다. 대부분 사망자는 돌격 소총을 포함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국내외의 비판 속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자신이 10대 때 신학을 배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후임으로 부상했다. 이번 사태로 후계구도에 공백이 생기면서 이란의 권력구도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 라이시의 경쟁자 중에는 하메네이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울러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최근 수개월 동안 카타르에서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주도한 무장정파 하마스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역내 외교에 깊이 관여해 왔기 때문에 중동 정세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한 2월과 5월 오만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긴장 완화와 제재 완화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비밀 간접 회담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직자와 정부로 양분된 이란의 이중 정치체제에서 모든 주요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하메네이가 가지고 있고, 대통령은 이 결정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라이시 대통령이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이 사망하더라도 핵 프로그램이나 가자전쟁에 대한 우려 등 뜨거운 지정학적 이슈와 관련한 이란의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