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재판 대비, 의도적 구매 가능성
'골든타임' 지나 음주운전 입증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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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차량으로 택시를 들이받은 뒤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김씨는 현재 도로교통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음주 사실 입증이 이번 사건의 형량을 판가름할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사고 발생 전 음식점에서 일행들과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김씨가 사고 직후 귀가하지 않고 경기도 구리의 한 호텔 주변 편의점에서 매니저와 함께 맥주를 구매한 모습이 CCTV를 통해 알려졌다. 김씨의 소속사 측은 그가 사고 직후 공황 증상으로 인해 뒷수습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습도 공개되며 해당 주장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사고를 내고 술을 구입한다는 것이 매우 이상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사고 이후 마신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일 수 있다"라며 "음주 사실을 더는 부인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인데, 매우 유능한 변호사의 코치를 받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과수는 김씨가 사고 전 음주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소변 감정 결과를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김씨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매니저에게 직접 요청한 녹취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에 이를 확인 가능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신 술의 종류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도 장시간 행적을 감춘 김씨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길우 법무법인 LKS 대표변호사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면 특가법으로도 기소가 가능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실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것이 아니기에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