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에 내레이션… 실험적 평가
관객 이해도 높이고 공감대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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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공개된 '그녀가 죽었다'는 상업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동정받을 여지가 별로 없는 비호감 남녀 캐릭터를 투톱으로 앞세운다. 보통 한쪽이 '악'이면 다른 한 쪽을 '선'으로 설정하기 마련이지만, 속된 표현으로 '나쁜 X'와 '더 나쁜 X'를 내세웠다. 남녀 주인공들의 주변을 살펴봐도 '오영주' 정도를 제외하곤 호감 가는 등장인물들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오영주'마저도 자신의 공을 가로채는 선배에 대한 미움과 공명심으로 가득 차 있어 아주 따뜻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이처럼 다소 이질적인 캐릭터 구성에도 이야기는 비교적 설득력 있게 흘러간다. 김세휘 감독이 새내기 연출자답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덕분이다.
통상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는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레이션 삽입을 가급적 자제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김 감독은 파격적으로 남녀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극의 전·후반부에 차례로 배치한다. 관객의 이해도를 끌어올리고 공감대를 자극하려는 일종의 모험으로, 이로 인해 앞서 나왔던 몇몇 국내외 스릴러들과 비슷해지는 후반부 등을 제외하면 꽤 성공적이다.
변요한과 신혜선은 난도 있는 캐릭터를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다. 특히 신혜선은 테크닉적으로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부지런히 오가며 조단역부터 성실하게 밟아올라온 결과로 보인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형' 여배우로 우뚝 설 날이 머지않을 듯싶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