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많은 것은 우리 사회에 깔려있는 변호사에 대한 호의적인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니 기본적 자질과 능력은 갖췄을 것이고, 법률 전문가이니 국회의 핵심기능인 입법 활동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하지만 각 정당 공천과정에서 과거 변호경력을 제대로 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총선의 주요 쟁점이 됐다.
민변 출신의 조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과거 다수의 성폭력 사건 피의자·피고인 변호에서 성범죄 가해자의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낸 것을 홍보했다가 결국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는 배우자인 검사장 출신 이종근 변호사가 '1조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의 업체 대표를 22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변호해 논란이 됐다. 이건태 민주당 변호사도 미성년자 강제추행 가해자를 변호한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경기 부천병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사건을 변호한 박균택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줘서 변호사 비용을 대신 납부한 것 아니냐'는 강력한 의혹과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권을 내세우지만 변론과 공천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의원 자질과는 거리가 멀다. 선출직 공직자라면 과거 전력과 이해상충이 없는지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수집할 수 없으므로 정당이 공천과정에서 제대로 검증해야 하는데 이제라도 묻지마 변호 전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 시 퇴출시키는 법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