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결과 먼저" 반대 의사
윗선 소환조사 등 공수처 부담↑
巨野주도 특검 거부권 행사 시사
김여사 의혹 관련엔 사과했지만
"지난 정부 2년반 타깃 수사" 강조
|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이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데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따로 언급하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야당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그런 수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에 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라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에 추진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명품 가방 수수 의혹까지 더해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 부부를 같은 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에 배당됐지만 검찰은 5개월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최근에서야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보고를 받은 뒤 '김건희 전담팀' 구성을 지시했으며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검사 3명이 추가 투입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과거 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자는 의미로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수사 관계자나 향후 재판 관계자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순직 소식을 듣고 국방부 장관에게 질책을 했다. 앞으로 대민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사로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공수처에 관심이 모인다. 공수처는 최근 국방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피의자 조사를 시작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그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을 차례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연루 정황도 나오는 만큼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로 특검법이 발효된다고 가정하면 공수처에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