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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보도전문채널 테에네는 21일(현지시간) 단독으로 입수한 중앙은행 문건을 인용해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지폐를 수입하면서 운송비용으로만 7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4~10월 아르헨티나는 독일, 스페인, 중국, 몰타 등 4개국으로부터 500페소권, 1000페소권, 2000페소권 등 3종 지폐를 인쇄해 항공과 선박으로 운송하면서 743만 달러(약 102억원)를 지출했다.
포퓰리즘의 대명사 페론당이 집권한 2019~2023년 중앙은행은 발권력을 동원해 행정부의 재정지출을 사실상 무제한 지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의 원흉으로 중앙은행을 지목하며 "집권하면 중앙은행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겠다"고 공약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페소화는 조폐공사가 찍어내지만 중앙은행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지폐의 일부를 외국에서 제작해 조달했다. 조폐공사가 일정에 맞춰 지폐를 공급할 수 없을 정도로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남용한 탓이다.
지폐 외주를 주면서 아르헨티나는 빚까지 졌다. 현지 언론의 취재 결과 아르헨티나는 중국에 2400만 달러, 몰타에 1176만 달러 등 지폐 제작비를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
테에네는 "스페인과 중국에서 제작한 1000페소권은 1000장당 120.33달러, 2000페소권은 1000장당 117.67달러가 들었다"며 "(국내 제작비와 비교할 때)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지폐를 공급하다 보니 중앙은행이 결국 빚까지 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은행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체납한 대금을 상반기 중 모두 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페소화 지폐는 모든 권종을 통틀어 104억2200만 장에 이른다. 1000페소권이 58억1500만 장으로 가장 많이 풀려 있고 이어 500페소권(13억2700만 장), 100페소권(12억9100만 장) 순이다.
권종은 앞으로 더 늘어난다. 지폐 유통량도 더 불어날 수 있다. 고액권이 제 구실을 못해 불편이 크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중앙은행은 1만 페소권과 2만 페소권의 발행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2개 새 권종은 6월에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최고액권은 2000페소권으로 미화로 환산하면 가치는 2달러 정도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남미 주요 국가의 최고액권이 30달러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휴지조각인 셈이다.
새 권종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파장이 최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1%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5.5% 상승한 소비자물가지수는 1월 20.7%, 2월 13.2% 등으로 해가 바뀐 후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