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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배터리, 지금은 배짱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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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04. 23. 06:00

안소연
산업부 안소연 기자
100일도 남지 않은 2024 파리올림픽은 '저탄소 친환경 올림픽'이라고 불릴 만큼 곳곳에 친환경적인 요소가 녹아 있다. 대표적으로 골판지 침대를 사용하고 선수촌 실내에는 에어컨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건물 배치와 크기를 다양화해서 공기 순환을 촉진하는 자연 냉각을 유도한다고 해 더 이목이 쏠린다. 폭염에도 실내 온도를 약 6도 낮게 유지하는 구조다. 유럽의 더위는 유명하다. 그런 시점에 에어컨 철수라는 강수를 둘 만큼 저탄소 이슈는 절박하고 인류의 생존이 걸렸다는 것을 프랑스 사회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최대한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여름 운동선수의 숙소에 에어컨도 끄는 마당에 전기차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될 것이라는 가설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전기차야말로 친환경의 대표성을 띄는 소비재이자 의미 있는 규모의 산업군이다. 그런 전기차 업황이 지난해부터 주춤하더니 올해는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에는 수백 개의 배터리셀이 탑재된다. 한국 산업계의 샛별이었던 배터리 업체들의 전전긍긍하는 태도가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신성장 사업은 연구개발(R&D) 투자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계에는 중국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저가제품으로 산업계를 잠식해가고 있다. 비단 배터리 뿐 아니라 철강, 반도체, 심지어 이커머스까지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도 중국의 저가 공세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딱 하나, 기술력이다. 중국이 빠른 시간 내 따라올 수 없는 고성능·고효율 제품 기술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 산업계가 살길이다. 특히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 자명한 전기차 부문에서는 지금 어렵다고 주춤할 게 아니라 더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 비중이 일제히 0.3~0.75%포인트 낮아진 부분은 중국의 저가 공세보다 더 불안한 요인이다.

최근 정부는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미래 유망산업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막힘없는 투자를 하기 위해 정부 역시 필요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준다면 지금보다 적절한 투자 시점은 없을 것이다. 각 기업들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배짱을 보여줄 때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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