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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운동선수의 숙소에 에어컨도 끄는 마당에 전기차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될 것이라는 가설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전기차야말로 친환경의 대표성을 띄는 소비재이자 의미 있는 규모의 산업군이다. 그런 전기차 업황이 지난해부터 주춤하더니 올해는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에는 수백 개의 배터리셀이 탑재된다. 한국 산업계의 샛별이었던 배터리 업체들의 전전긍긍하는 태도가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신성장 사업은 연구개발(R&D) 투자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계에는 중국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저가제품으로 산업계를 잠식해가고 있다. 비단 배터리 뿐 아니라 철강, 반도체, 심지어 이커머스까지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도 중국의 저가 공세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딱 하나, 기술력이다. 중국이 빠른 시간 내 따라올 수 없는 고성능·고효율 제품 기술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 산업계가 살길이다. 특히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 자명한 전기차 부문에서는 지금 어렵다고 주춤할 게 아니라 더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 비중이 일제히 0.3~0.75%포인트 낮아진 부분은 중국의 저가 공세보다 더 불안한 요인이다.
최근 정부는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미래 유망산업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막힘없는 투자를 하기 위해 정부 역시 필요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준다면 지금보다 적절한 투자 시점은 없을 것이다. 각 기업들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배짱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