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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서는 북·일 양국이 외교행보에 적극적인 요인으로 각각 한-쿠바 수교 여파·일본 자국내 '비자금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폭락을 꼽았다. 현 정세를 탈피하지 못하는 양국이 돌연 회담 조율을 밝히며, 국제사회 내 틈새 공략에 돌입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두 나라가 언제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미해결 문제'를 언급하며 김 위원장에게 회담을 제안 했다며 제안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한 외교 관계자는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 처럼 시점 윤곽이 어느정도 잡혀야 비로소 보도 되는데, 이번 북·일 회담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상 간 조율이 확정되지 않은 채, 말이 오가는 건 양국 모두 모종의 성과가 필요하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제3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양국이 공개적으로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잇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본의 스탠스는 명확하다.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반전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
북한도 밀당을 하는 의도가 일본을 코너로 몰아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셈으로 비쳐진다. 이미 김 위원장은 과거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남 직전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국제사회의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뒤 북·미 회담에 나선 전례가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양국 간 방향성이 달라 회담 가능성이 지지부진 해질 수 있다"며 "다만 이들 만남은 서로에게 좋은 카드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상황을 단순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만남이 성사될 경우 한·미·일 3국 동맹에 균열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정세는 우리 정부에겐 '외교시험대'가 될 수 있는 만큼 역할도 커 보인다. 어쩌면 우리가 한번도 겪지 못한 한반도 폭풍전야일 수 있다는 얘기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