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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 연상 알리·테무 사태…공정위·환경부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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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정연 기자

승인 : 2024. 04. 09. 16:55

해외직구, KC인증 의무 없어
정부 "소비자 위해 예방책 마련"
카드늄
테무에서 거래된 카드늄이 검출된 반지./인천본부세관
"사람이 해를 입을 수 있는지 모르고 사용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돼요. 이대로라면 언젠가 한 번쯤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조순미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victims) 투쟁본부 위원장은 9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위해물질이 잇달아 검출되는 해외 직구 제품들에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5000여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과거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국내 안전인증(KC)을 받은 제품임에도 인체 유해한 화학물질이 걸러지지 않아 발생된 참극이다. 그런데 최근 해외직구로 국내 유입되는 제품들에서 유해성분들이 검출되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 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직구 제품은 KC인증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생활 밀접 제품 31개를 조사한 결과 8개 어린이 제품 등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용 가죽 가방에서 국내 기준치의 55.6배에 이르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4종(DEHP·DBP·DINP·DIBP)이 나와 논란이 됐다.

지난 7일에도 관세청 인천세관이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 중인 귀걸이, 반지 등 404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96점(24%)의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넘는 최소 10배에서 700배에 달하는 카드뮴, 납 등의 발암물질이 검출돼 위해성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 "中 화학물질 관리 규제 느슨…제도 강화는 신중해야"
제도로 보면 국내보다 중국의 화학물질 관리체계가 느슨한 편이다. 중국의 화학물질관리 규정(CHINA-REACH)은 기존화학물질목록을 기반으로 '신규 화학물질'로 간주된 물질에 대한 자료와 위해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관리 받는다. 다만 기존화학물질목록(IECSC)에 올라온 물질들은 별도의 승인없이 중국 내에서 제조·수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승인이 필요없는 화학물질은 현재 국내 규정(4만4476개)보다 중국(4만6971개)이 더 많은 실정이다.

국내에서 수출규제 컨설팅을 하고 있는 리이치24시코리아 손성민 대표는 "규제라고 하는 것이 국내외 산업, 시장, 대중 인식 등에 따라서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타이트하다, 느슨하다고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단순 비교로 따지면 그렇게 볼 수 있다"며 "최대한 유해한 항목·품목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이를 잘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도입은 수출국, 수입국, 기업, 소비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정부, 中 해외플랫폼 조사 착수…이번엔 다를까
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조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들이 사용할 제품은 최저 단계에서라도 판매가 가능한 제품인지 무작위로라도 검사를 해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제품은 판매금지 조치를 하는 (제도적)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피해 예방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알리에 이어 테무의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와 관련 서면조사에 나섰다. 현행 표시광고법상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하는 사업자는 거짓이나 과장을 섞거나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표시광고를 할 때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실증 자료를 구비하는 표시광고법상 실증제도를 강화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소비자 위해를 예방하고, 리콜 상품 등이 유통되는지 여부 파악을 위해 '해외직구 플랫폼 위해제품 판매 모니터링 사업'을 발주했다. 특히 어린이용품을 비롯한 공산품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이커머스에서 거래되는 제품 중 관할 소관인 방향제, 탈취제 등 액체성 생활화학제품 중심으로 시장 감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관련 규제 미비 속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완전히 갈무리되지 못 한 상태다. 환경부에서 보건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는 한 관계자는 "가슴 아픈 일이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 역시 피해 사건을 접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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