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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사자의 서’ 무대 올리는 김종덕 국립무용단 신임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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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4. 04. 07:15

국립무용단 신작...25∼27일 국립극장 무대에
김종덕 단장 "죽음 아니라 삶의 소중함 말해"
인사말 하는 김종덕 예술감독<YONHAP NO-2753>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죽음 후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그려낸 창작춤 '사자의 서'가 초연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은 25∼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신작 '사자의 서'를 선보인다. 인간이 죽은 뒤 사후세계에서 헤매지 않고 좋은 길로 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지침서인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경전에서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단계로 본다는 점에 주목했다. 죽음이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자,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통로라 보며 인간의 생애를 담담하게 관조했다.

김 단장은 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번 작품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망자가 느끼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의 서사를 명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사자의 서'는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1장 '의식의 바다'에서는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살아있는 자들의 통곡이 표현된다. 2장 '상념의 바다'에서는 망자의 지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년기의 천진난만한 장면, 청년기의 사랑과 이별, 장년기의 결혼 등이 그려진다. 3장 '고요의 바다'는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담았다.

김 단장은 "하나였던 혼불이 여러 개로 흩어지고, 여러 개의 혼불이 하나로 모이는 장면이 있다"면서 "무용수들이 곡을 하는 것처럼 소리를 내고, 땅을 치며 통곡하는 것처럼 바닥을 치는 장면도 있다"고 했다.

작품의 중심축인 망자 역은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주역 무용수 조용진과 최호종이 맡았다. 조용진은 죽음을 맞이한 망자, 최호종은 삶을 회상하는 망자를 연기한다. 1장에서는 조용진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 추는 독무가 7분간 이어진다.

음악은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산조' 음악을 작곡한 김재덕이 1·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황진아가 3장을 맡았다. 망자의 애절함과 사후세계의 신비함을 담은 음악으로 몰입을 끌어올리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김 단장이 지난해 4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안무작이다. 그는 그동안 전통춤에 클래식과 재즈, 팝 등의 서양 음악을 덧입히거나 미디어아트 등 무대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김 단장은 "국립무용단의 동시대성을 강화해 현대예술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며 "국립무용단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방향성을 바꿔가려 한다"고 밝혔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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