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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헤스티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국공업회의, 수출협회 등 151개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검경의 수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 단체는 사건의 실체가 부풀려져선 안 된다며 검경의 무리한 수사를 경계했다. 탄핵사태가 재발하면 국가경제가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부정축재 의혹을 수사해온 페루 검경은 지난달 30일 페루 수도 리마에 있는 대통령관저와 집무실을 차례로 압수수색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신고하지 않은 명품 시계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언론의 고발이 나오면서 강행한 압수수색이다. 관저와 집무실 직원들이 문을 열지 않자 검경은 문을 부수고 진입했다. 일부 언론은 "압수수색에서는 재산신고에서 누락된 시계와 함께 시가 수십 만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 팔찌와 금팔찌도 나왔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의 사진 분석에 따르면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2021년 7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최소한 14점의 명품 시계를 착용했다. 여기엔 스위스의 명품 브랜드 '롤렉스' 시계 3점이 포함돼 있다. 현지 언론은 "롤렉스 시계 중 1점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지난해 9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2만2350달러(약 3030만원)에 판매되는 제품"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시계들은) 젊을 때부터 열심히 번 돈으로 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자금 출처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못해 부정축재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날 의회에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재적의원의 20%가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대통령의 소명 등 헌법절차를 거친 후 재적의원의 40%가 찬성하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붙여진다. 표결에서 재적의원의 3분의 2(87명)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은 탄핵된다.
페루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페루는 또 다시 극도의 정국불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페루는 2018~2022년 5년간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뀌는 등 극단적 정국불안을 겪었다. 특히 2020년과 2022년 등 두 번은 탄핵으로 대통령이 바뀌었다. 볼루아르테 현 대통령은 페드로 카스티요 직전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 혐의로 탄핵된 2022년 12월 권력승계 규정에 따라 대통령직에 올랐다. 당시 그는 부통령이었다.
한편 탄핵과 하야가 되풀이되면서 정치와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이마센이 전국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9.4%는 행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입법부(의회)를 불신하는 국민은 90.8%, 사법부를 믿지 않는다는 국민은 88%에 달하는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현지 언론은 "걸핏하면 되풀이되는 탄핵사태와 논란으로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이는 행정, 입법, 사법 등 삼권에 대한 극단적 불신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