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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한국 영화계, ‘노장의 재발견’에 더 부지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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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4. 01. 14:42

故 변희봉과 31일 작고 남일우는 봉준호·박찬욱 감독 작품으로 각각 재평가
남일우
31일 별세한 고(故) 남일우(왼쪽 두번째)는 박찬욱 감독(맨 왼쪽)의 2005년작 '친절한 금자씨'로 뒤늦게 스크린 연기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사진은 '친절한 금자씨' 촬영장에서의 모습./제공=CJ ENM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흘러간 노래는 물론 한물 갔다고 여겨지는 연기자들에 대해서도 재발견을 즐겨하기로 유명하다. 출세작 '펄프픽션'의 차기작으로 1997년 흑인 여배우 팸 그리어 주연의 '재키 브라운'을 연출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1970년대 미국내 하위 문화로 취급받던 '블랙스플로테이션(Blaxploitation)' 장르를 되살린 작품이다. 흑인 영웅이 활약하는 범죄물을 일컫는 이 장르에서 한때 '여왕' 대접을 받았지만 이내 내리막길을 타야만 했던 그리어는 타란티노 감독의 손을 잡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가장 최근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스턴트맨 겸 매니저 '클리프 부스' 역으로, 할리우드를 오랫동안 묵묵히 지켜온 이름없는 별들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변희봉
고(故) 변희봉(맨 왼쪽)은 봉준호 감독과 손잡은 영화 '괴물'로 '제2의 연기 인생'을 활짝 꽃피웠다. 사진은 '괴물'의 한 장면./제공=쇼박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고(故) 변희봉과 31일 별세한 남일우는 타란티노 감독 이상으로 '보는 눈'이 출중한 우리 감독들에 의해 재발견이 이뤄진 경우다.

1990년대로 접어들며 안방극장에서의 연기 활동을 거의 접다시피했던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의 삼고초려로 2000년 개봉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아파트 경비원 역을 맡아, '제2의 연기 인생'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변희봉처럼 TV를 위주로 활약한 남일우 역시 2005년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 금자(이영애)의 복수를 돕는 '최반장' 역으로 영화와 본격적인 인연을 처음 맺은 뒤, 1000만 흥행작인 '신과 함께' 1·2편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내리 출연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최근 들어 이들과 같은 사례가 갈수록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특정 캐릭터로만 오랫동안 소비돼 온 중견 연기자의 새로운 면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선사할 줄 아는 영리한 감독들이 줄어들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배우 고르는 시야부터 넓히라는 주문이 오랜 불경기로 생존이 시급한 영화인들에겐 다소 한가롭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입버릇마냥 '마땅한 배우가 없어 영화 찍기 어렵다'를 외치며 캐스팅에 애를 먹는 모습을 떠올리면, 다양한 '배우 용병술'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꽤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변희봉과 남일우의 출연작들이 그랬듯,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도처에 숨어있는 실력파 중견 연기자들을 다시 발굴해 '재발견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한국영화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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