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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시온 등 아르헨티나 언론은 "부활절 연휴를 이용해 수백 만 관광객이 전국으로 퍼질 전망"이라며 뎅기열 확산을 보건부가 걱정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톨릭 영향이 큰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활절이 낀 주에는 성금요일부터 휴일이다. 징검다리 휴일로 또 다른 공휴일이 연결되는 아르헨티나에선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황금연휴다.
아르헨티나 보건부 관계자는 "부활절연휴에 전국으로 흩어질 관광객 중에선 자연을 찾는 경우가 특히 많다"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기에 몰려 뎅기열에 감염될 위험은 커진다"고 말했다. 뎅기열 환자의 연령대를 보면 보건부의 이 같은 우려엔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뎅기열 환자의 80% 이상은 야외활동량이 많은 10~30대다.
보건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보고된 뎅기열 감염사례는 21만88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00% 이상 증가했다. 사망자는 96명에 이른다. 아찔한 속도로 뎅기열 환자가 급증하자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18개 시립병원에 전용치료센터를 설치했다. 현지 언론은 "병원마다 뎅기열 환자가 밀려들어 검사를 받는 데만 최소한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병원 인프라가 붕괴되기 직전이라고 보도했다.
비단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남미 국가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브라질의 뎅기열 환자는 역대 최다인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가 가장 최근에 공개한 현황보고에 따르면 브라질에선 뎅기열 환자 197만8372명이 보고됐다. 2015년 수립된 역대 최다 기록 168만명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현지 언론은 "증상이 경미해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와 무증상 환자를 합하면 뎅기열 환자는 이미 400만명에 달했을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공식 집계된 브라질의 뎅기열 사망자는 656명이지만 사인이 뎅기열로 의심되는 사례는 1025건에 달해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우루과이에서도 뎅기열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사상 최다를 기록 중이다. 우루과이 뎅기열 확진자는 4일 35명에서 25일 158명으로 3주만에 350% 증가했다. 카리나 란도 보건장관은 "우루과이 역사상 뎅기열 확산과 관련해선 최악의 순간"이라며 "부활절 연휴 이후에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감염학전문의인 후안 크리스티나는 "5만7000명이 뎅기열에 걸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과 비교하면 환자 수는 적어 보이지만 지금 주목해야 할 건 감염자 수가 아니라 확산속도"라며 "더 큰비를 피하려면 서둘러 우산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시장조사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3월 셋째 주 모기살충제 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63% 늘었고 몬테비데오 일부 지역에선 150%까지 폭증했다"며 "최근 1주일간 전국적인 비가 내린 후 물이 고인 곳이 많아 뎅기열을 전파하는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살충제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에 따르면 뎅기열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 등지에서 유행 중이며 파라과이와 과테말라에서도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