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각 연작·회화 작품 선보여
남미·프랑스 등지 오가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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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남미로 이주해 아르헨티나에서 40년간 뿌리내리며 작업한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89)은 19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작품 재료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구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주름도 별로 없고 건강해 보이는 작가는 한 시간 내내 전시장을 돌며 자신의 작품 세계에 관해 얘기했다. 장승 같기도 하고 돌맹이를 쌓아올린 것 같기도 한 형상의 목조각 작품들은 제목이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 分一)'이다. 둘을 합하여도 하나가 되고, 둘을 나누어도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저는 나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작업하기 전에 재료가 주어지면 며칠을 두고 봅니다. 단단한지 연한지, 껍질이 있는지, 어떤 향이 나는지 완전히 파악하면 전기톱을 들고 잘라내기 시작하지요. 또 하나의 생명을 잉태해내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 작품 제목을 이렇게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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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르헨티나가 어디인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가보니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된 곳이더라고요. 비행기로 씨앗을 뿌릴 정도로 땅이 넓었고, 특히 나무들이 너무 신기했어요. 처음 그곳에서 조각 작업을 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웬 여자가 전기톱을 들고 나타나니 놀라더라고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목조각 연작과 함께 꾸준히 지속해온 회화 작업 등 총 50여 점을 선보인다. 알가보로 나무, 라파초 나무, 유창목, 올리브 나무 등 다양한 원목이 그의 손을 거쳐 다채로운 형태로 변모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톱질을 통해 드러난 나무의 속살과 원래 모습 그대로 살려둔 나무의 거친 껍질이 이루는 시각적 대조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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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은 기자들에게 자신을 '동서남북 작가'로 부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며 작업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응축한 말이다.
"저는 동서남북 어디로 가나 작업하는 작가입니다. 건강이 유지되는 한 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예술은 끝이 없고 완성이라고 말하기기 어렵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우리의 삶이 바로 예술이 아닌가 합니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