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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오전 브라질 동남부의 대도시 리우데자네이루의 체감온도는 62.3도까지 치솟았다. 리우가 체감온도 계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11월 59.7도를 기록한 리우의 체감온도는 16일 60.1도를 기록하면서 60도를 넘어선 후 기록갱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리우 재난경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리우에서 최고온도는 42도까지 상승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리우를 강타하면서 이파네마, 코파카바나 등 해변엔 더위를 식히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사무직에 종사한다는 직장인 라켈(여, 49)은 "인구는 늘어나고 (주택건설로) 녹지대는 줄고 있어 폭염이 더욱 심해질까 걱정된다"며 "당장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수밖에 없지만 (근본적으로 더위에서 주민들이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브라질 최대 공업도시 상파울루도 계속되는 폭염에 숨을 헐떡였다. 이날 이곳의 온도계 수은주는 34.3도까지 상승했다. 전날에도 3월 날씨로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43년 이후 최고치인 34.7도를 기록한 바 있다. 온도가 약간 내렸지만 체감온도에는 사실상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현지 주민 바누사 마리아(여, 40)는 "예전엔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이 정도 더위는 아니었다"며 "기후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고 말했다.
인근 바다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상파울루에서 바닷가로 빠져나가는 자동차는 꼬리를 물었다. 현지 언론은 "바다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마다 자동차가 밀렸다"며 "심각한 정체가 빚어져 일부 구간에선 20㎞ 넘는 긴 자동차행렬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폭염으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기구 사용이 늘면서 전력소비량은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15일 오후 브라질의 최대전력은 사상 최고인 10만2478MW를 기록했다. 최대전력은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수요를 말한다.
브라질 당국은 "늦여름 폭염이 밀려오면서 브라질 대다수 지방에서 전력수요가 늘었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전력 신기록이 경신된 건 벌써 세 번째다.
시원하게 비가 내려 더위를 식혀준다면 반갑겠지만 물난리가 걱정된다. 브라질의 기상포털 메트주르는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州)의 일부 지역에 최근 극단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최대 강우량 300㎜ 폭우가 내리면서 시내버스의 중간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는 등 침수가 발생한 곳이 있다"며 지난해의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주민이 많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선 폭우와 돌풍으로 최소 47명이 사망했다.
메트주르는 "19일부터 시작되는 1주일은 극단적인 집중호우가 내릴 위험이 매우 크다"며 지역에 따라 강우량이 최대 500㎜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과 폭우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은 전문가를 인용해 "기후변화로 지구의 연평균 온도가 19세기보다 1.2도 높아졌다"며 여기에 엘니뇨까지 가세해 남미에선 가뭄, 폭염, 폭우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히우그란지두술 연방대학의 라라라 다 시우바 기상학교수는 "남미에서 가뭄이 장기화되거나 1달에 내릴 비가 하루에 쏟아지고 폭염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등 극단적인 날씨가 반복되는 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