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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은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부른 김민기 대표가 1991년 3월 15일 대학로에 문을 열었다.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시작한 학전의 역사는 라이브 콘서트로 꽃을 피웠다. 노영심, 안치환, 동물원 등 설 자리를 잃은 통기타 가수들이 학전에서 관객과 만났다.
특히 학전은 대학로의 원석을 발굴해 인재로 키워낸 곳이었다.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린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황정민을 필두로 방은진, 김무열, 안내상 등 수많은 배우가 학전을 거쳐 성장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스타들의 등용문이었다. 설경구는 학전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이 작품에 캐스팅돼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공연 횟수 4000회, 누적 관객 70만명을 기록하며 소극장 뮤지컬의 역사를 썼다. 학전은 2004년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등 매년 꾸준히 어린이 공연도 선보였다.
학전이 33년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김 대표의 헌신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죽는 날까지 학전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으나 만성적인 재정난과 위암 진단이 겹치며 지난해 폐관을 결정했다. 공간을 이어받아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는 김 대표의 뜻을 존중해 학전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문예위는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와 어린이극 등 학전의 기존 사업은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식 재개관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예위 관계자는 "민간단체를 선정해 공간 운영을 맡기는 방식과 위원회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극장 재정비 시간이 3∼4개월가량 정도 필요해 재개관은 7월 이후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