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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환율만 12종… 아르헨, 외환 질서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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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03. 1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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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도입됐던 아르헨티나의 페소-달러 환전 규제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아르헨티나에서 페소-달러 환전 규제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대가 현실화된다면 2011년 처음 도입된 환전 규제는 13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반시장적 규제가 야기한 달러 환율 난립으로 붕괴된 외환시장 질서도 바로잡힐 수 있다.

일간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은 "환전 규제를 풀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보는 경제전문가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앙은행이 90억 달러 이상을 외환시장에서 사들여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있고 암달러가 고점 대비 20% 가까이 떨어지는 등 환율 안정세가 두드러진다는 게 이런 전망의 근거다.

11일(현지시간) 암달러는 1010페소에 거래를 마쳤다. 1260페소를 찍으며 사상최고치(1260페소)를 경신한 1월과 비교하면 암달러는 200페소 이상 내렸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국 불안을 우려하며 달러를 비축했던 국민이 달러를 내다팔기 시작하면서 페소-달러 환율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 하락이 일상화된 아르헨티나에서 달러는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저축수단이다.
2011년 중앙은행은 국민적 외환(달러)수요에 대응하는 데 부담을 느끼자 개인의 달러 환전을 제한했다. 은행 등 공식 창구에서의 페소-달러 환전을 매달 1인당 200달러까지로 제한한다는 게 조치의 핵심 내용이다.

환전이 200달러 이하로 제한되면서 외환시장엔 심각한 부작용이 빚어졌다. 페소화 가치의 왜곡이 대표적 사례였다. 중앙은행이 매일 외환시장에 개입해 공식 환율은 달러당 200페소 아래로 묶어놨지만 암달러는 치솟아 600페소에 육박하면서 공식 환율과 암달러의 격차는 한때 200%를 바라봤다.

증권거래를 이용한 편법 환전이 성행하면서 발생한 환율 난립도 환전 규제가 낳은 심각한 부작용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아르헨티나에는 12종의 페소-달러 환율이 존재한다. 아르헨티나에 구제금융을 지원한 국제통화기금(IMF)은 페소-달러 환율 일원화를 요구했지만 지난해 정권을 내준 페론당 정부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끝내 손을 대지 못했다.

현지 언론은 "취임과 함께 50%대 페소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밀레이 정부가 환전 규제를 푼다면 환율 일원화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환전 규제 폐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되자 밀레이 대통령은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시점은 올해 중반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이날 보도된 인터뷰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150억 달러만 구할 수 있다면 내일 당장 규제를 없앨 것"이라며 "(당장은 힘들어도) 올해 중반이면 환전 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중앙은행 금고(외환보유액)를 채우고 규제를 풀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업대국인 아르헨티나에 매년 2분기는 곡물수출대금이 유입돼 외환 수급이 가장 넉넉한 시기다.

현지 언론은 "경제부도 (대통령과) 비슷한 일정을 잡고 (환전 규제 폐지 이후에도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지 않게 달러 수요를 자극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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