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런, 생애 첫 수상으로 거장 등극
여우주연상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셀린 송 '패스트 라이브즈' 불발 됐지만
세계무대서 '한국' 브랜드 각인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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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323만 관객을 동원했던 '오펜하이머'는 올해 최다 노미네이트작으로, 압도적인 완성도는 물론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등 격랑에 휘말린 국제 정세와 맞물려 독주가 예견됐다. '과연 몇 개의 오스카(아카데미 트로피를 일컫는 애칭)를 가져갈 것이냐'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등에서의 선전이 이 같은 결과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따라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가 예측과 달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완패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만큼은 아카데미가 '파격'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슈퍼히어로물의 마스터피스 '다크 나이트'를 만들고 '덩케르크'로 2018년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무관에 그쳤던 놀런 감독은 이날 수상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영화계의 거장이 됐다. '죠스' '이티'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등을 연출한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으로 오랫동안 취급받은 뒤, '쉰들러 리스트'로 1994년 제66회 시상식에서 작품과 감독 등 7개 부문을 거머쥐고 나서야 '대가' 대접을 받게 된 스필버그 감독의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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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여우주연상을 두고 벌어졌던 이른바 '배틀 오브 스톤'에서는 엠마 스톤이 '가여운 것들'의 '피조물' 역으로 2016년 '라라랜드'에 이어 8년만에 다시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스톤은 할리우드의 톱클래스 여배우로는 보기 드물게 전라 노출을 불사하는 등 파격적인 열연을 펼쳐 여우주연상 '0순위'로 점쳐졌다. 그러나 '플라워 킬링 문'에서 아메리칸 원주민 역을 연기한 신예 릴리 글래드스톤의 막판 추격이 거셌던데다, 파격적인 표현 수위가 오히려 수상을 가로막을 것이란 전망이 점차 힘을 얻으면서 2회 수상이 무산되는가 싶었다. 단상에 올라 고장 난 드레스 지퍼를 걱정하면서도 유난히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한편 지난 2020년 '기생충'과 2021년 '미나리'에 이어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각본 부문의 수상 불발과 관계없이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이란 브랜드가 차지하는 위치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보고 싶지 않은 장면도 있었다. 4년전 '기생충'으로 시상식 단상에서 환히 웃었던 고(故) 이선균의 사진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지구촌 전역의 유명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무대에서 나올 때였다. 이제 한국 영화인은 영화의 본고장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영화산업이 주목하고 아끼는 대상이 됐지만, 정작 우리는 그런 그들을 너무 함부로 대하지 않았나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