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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20일 삼성서울병원 2층 로비에는 연신 한숨을 쉬고 있는 김모씨(52)는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김씨는 "급격하게 몸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는데, 수술을 예약하려면 좀 걸린 것 같다는 말에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은 김모씨(66)씨는 병원 로비에 앉아 연신 땀을 흘리고 있었다. 김씨는 "뉴스를 보고 좀 걱정됐는데 따로 문자 받은게 없어 전화통화 후 전주에서 올라왔다"며 "이번 정부가 의사들에게 더 강경했으면 좋겠다. 장기 파업으로 가게된다면, 의사자격이 없는 이들은 감옥으로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6시부터 서울 빅5 병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다. 갑작스레 병원 인력의 30~40%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전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날부터 근무를 거부하면서 많은 환자가 몰리는 병원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날 오전 8시 30분께부터 환자가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외래 진료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입원 환자도 아직까지는 차질은 없다는 게 삼성서울병원 측의 설명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교수님들이 외래 진료보시고 현장에 내려와서 당직도 서시고 진료도 보고 있다. 전공의들이 빠졌지만 교수님들이 열심히 해주시고 계신 상황"이라며 "다만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장 걱정인 것은 의료진의 피로도"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사는 김모씨(54)는 어머니가 위암 2기로 지난해 7월 수술을 받아 검사 차 병원을 찾았다. 그는 "뉴스로 의료진 파업 사태를 접해 걱정했지만, 예약 취소 등 문자를 따로 받은게 없어서 다행이다"며 "다만 다른 환자분들은 취소되거나 예약이 지연되고 있어 보호자 입장에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빅5'라고 불리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은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 상태다. 이들 병원에 있는 전공의들은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해 전국 전공의(인턴·레지던트) 6415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55%에 이른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 가운데 1630명(25%)은 병원에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은 1300명 중에 전공의가 525명 중 30~40% 상당인 160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수술 평균도 200~220개 수술 중 30%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진료나 수술 등 조정이 필요해 내부에서 내책 논의 중"이라며 "최대한 환자분들 피해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