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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17∼18세기에 걸쳐 건립되거나 중창(重創·건물을 다시 지음)한 금강문과 천왕문 총 8건을 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16일 예고했다.
예고 대상은 '송광사 금강문', '법주사 천왕문', '통도사 천왕문', '송광사 사천왕문', '화엄사 천왕문', '불갑사 천왕문', '보경사 천왕문', '직지사 천왕문'이다.
금강문과 천왕문은 사찰 일주문을 통과하면 나오는 산문(山門)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선시대 사찰의 삼문(三門)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등이 나타났다.
금강문은 야차신을 거느리고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금강역사(金剛力士)를 모신 문이며, 천왕문은 사천왕(四天王)상을 두고 외부의 사악한 모든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8건의 문은 조선 후기 사찰 건물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완주 송광사 금강문은 문헌 기록과 사천왕상 조성 연대를 볼 때 1649년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및 종루(鍾樓·종을 달아 두는 누각) 형태와 유사하다.
금강문과 천왕문이 직선 축 위에 있는 모습은 임진왜란 이후 시대적 특징을 반영한다.
보은 법주사 천왕문은 법주사 재건이 이뤄지던 17세기 초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며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돼 있어 현존하는 천왕문 가운데 가장 크고 넓다.
통도사의 천왕문은 건립 시기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사례다.
1713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이듬해인 1714년에 중건했다는 기록이 확인된다. 주두, 첨차, 살미, 장여 등 여러 부재를 활용한 건물 구조의 특성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 된다.
전남 순천 송광사의 사천왕문은 조선 중기 건물의 특징과 더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구례 화엄사 천왕문은 공포(지붕 하중을 받치기 위해 만든 구조물)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두는 다포 형태의 건축물로 학술 연구 가치가 크다.
영광 불갑사 천왕문은 17세기 이후 서남해안 지역 사찰 건물에서 볼 수 있는 공포 장식 흐름이 나타나며, 경북 김천 직지사 천왕문은 공포의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꼽힌다.
포항 보경사 천왕문의 경우, 정면 가운데 기둥 아래에 사자상이 조각된 신방목(信枋木·대문의 기둥을 보강하기 위해 가로로 끼워둔 나무 부재)이 설치돼 있다. 국내 천왕문 중 유일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사찰 산문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보 '영암 도갑사 해탈문' 뿐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22년부터 전국 사찰의 산문 50여건을 조사한 뒤 관계 전문가 회의,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높은 문으로 대상을 추렸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완주 송광사 금강문 등의 보물 지정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