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집에 도움받은 청소년, 노숙인 이야기도
안나의 집은 '안아주고 나눠주며 의지할 수 있는 집'이란 뜻으로, 김 신부가 1998년 노숙인 무료급식소로 시작해 이제는 노숙인 자활사업과 거리에 내몰린 위기 청소년을 위한 돌봄사업까지 하고 있다.
안나의 집은 하루 평균 750명, 26년째 300만여 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이 책은 20년 이상 긴 시간을 오직 사랑과 헌신으로 동행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을 위한 헌사에 가깝다. 또한 '안나의 집'을 운영하며 김 신부가 느꼈을 고뇌와 번민, 사랑과 감사의 고백이기도 하다. 사제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서정시인으로서 김 신부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책에는 총 3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파트 1은 '사랑의 고백 감사의 기도'로 김 신부의 안나의 집을 운영하면서 느낀 단상, 에피소드 등으로 구성했다. '행복의 무지개'란 글에서는 김 신부가 갑상선 암에 걸렸을 때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당시 김 신부는 상금으로 받은 개인 돈을 놓고 자신의 수술비와 청소년 돌봄을 위한 주택 구입 비용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인간적인 고뇌가 그를 덮쳐왔지만 결국 전부 아이들을 위한 집을 구입하는 데 돈을 사용했다. 신이 도왔을까. 병원에선 김 신부의 병세가 수술까지 갈 필요 없이 치료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김 신부가 맞이한 삶의 아픔과 연민, 기적의 순간이 진솔하게 담겼다.
파트 2는 '이웃과 함께한 안나의집'으로 성남시 단기·중장기청소년쉼터에서 안나의집의 도움을 받는 청소년들과 노숙인자활시설에서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익명으로 다뤘다. 실제로 안나의집은 단순히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의 쉼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일자리를 주고 적금을 모아서 사회로 나가도록 돕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김 신부는 "노숙인, 독거노인, 가출 청소년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활한 예수님의 아픈 상처"라며 "나는 부활한 예수님의 아픈 상처를 모시는 것이다. 내게는 영광스러운 일"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안나의집을 찾는 노숙인을 불쌍하게 보지만 사실 우리야말로 '사랑에 허기진 거지'라고.
김하종 저자(글)·김세희 번역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