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금지 강제성 부족" "공공성 판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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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126조가 1953년 제정된 뒤 71년이 지났지만 기소된 사례는 0건이다. 2020년 기소유예 처분된 사례 1건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의사실공표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 우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피의사실 공표금지 청구권을 신설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피의사실이 공표·유포·누설됐을 경우, 피의자가 법원에 언론 보도 등을 삭제하거나 앞으로의 공개도 막게 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피의사실공표죄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제대로 된 수사나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의자에 금지 청구권을 주고, 법원이 구체적인 금지 명령의 범위를 정해주면 이전보다 한층 더 피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해당 개정안에 관해 취지를 살리려면 법리적인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은 "법원이 금지 결정을 내린다 해도 지키기 않을 때가 문제"라며 "민사의 경우엔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형사소송법을 어기면 형벌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재판도 하지 않고 처벌할 순 없다"며 금지 처분의 강제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작정 금지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과 언론사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며 "피의자의 기본권과 충돌하는 상황인 만큼 제한이 이뤄질 경우 어떤 것에 이익이 있을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법 전문가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어디까지를 공공성이 인정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표'로 볼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 등을 판단하기 어렵고, 기사로 보도됐어도 언론사 입장에선 취재원 보호를 위해 어느 수사기관이 그랬는지 말하지 않을 것이라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여러 부분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특별검사는 아예 법적으로 수사대상 사건과 관련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금지'가 아니라 '기준'을 만들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기준 설립과 더불어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의 입장도 적극 보도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경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수사공보가 허용되는 경우에도 피의자에게 수사공보의 허용 여부와 공개정보 등을 통지해 그에 대한 반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무조건 수사상황을 공표·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인격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