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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아이티 시위 격화, 앙리 총리에 “안 물러나면 뒷일 책임 못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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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4. 02. 07. 15:57

새 정부 출범 약속 날짜 도래 "사임하라" 최후통첩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국가 기능 마비 극악 치안
시위대가 점령한 아이티 수도
6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한 채 걸어가고 있다. / EPA 연합뉴스
국가 기능이 마비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2021년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는 앙리 총리가 새 정부를 출범시키기로 각계와 합의한 날인 7일이 다가왔는데도 권력 이양 절차가 준비되지 않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등에서는 도로를 점거하거나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는 등의 폭력적 행위를 동반한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경찰이 최루탄을 동원해 맞서면서 분위기는 험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은행, 학교, 병원 등은 문을 닫았고 대중교통 운행은 차질을 빚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 집권했던 앙리 총리는 그간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자리에서 내려오겠다고 몇 차례 약속했지만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앙리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사이 지난해 입법부마저 해산돼 국가 기능이 상실된 상태로 무법지대에 놓인 아이티의 시민들은 앙리에게 최후 통첩을 보냈다. 시위대는 7일까지 앙리 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해도 책임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최후의 날인 2월 7일은 아이티에서 상징적인 날짜라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1986년 2월 7일에는 아이티의 독재자 장 클로드 뒤발리에 전 대통령이 민중봉기에 쫓겨 프랑스로 망명했고, 1991년 2월 7일에는 아이티 첫 민주 정부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취임했다. 앙리 총리 역시 2년 전 각계와의 합의에서 올해 2월 7일을 새 정부 출범일로 정했다.

앙리 총리가 사임하지 않으면 시위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시위에는 앙리 총리 이전에 잠시 정부 수반 노릇을 했던 클로스 조제프 전 총리도 동참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조제프 전 총리가 최루가스를 맞아 얼굴을 닦는 듯한 장면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2004년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인 가이 필리페의 모습도 시위 중에 포착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필리페는 마약 밀매 등 범죄로 최근까지 미국에서 복역했다.

한편 아이티 검찰은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사건에 부인인 마르틴 모이즈도 관여했다는 예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당시 총상을 입었던 마르틴은 2021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훗날 자신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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