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어로 '가게에'로 불리는 그림자 회화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 같은 조명필름을 붙이고 그 뒤에서 조명을 비춰 색감과 빛, 그림자로 표현하는 장르다.
후지시로는 그림을 그리다가 태평양 전쟁 이후 물감을 구하기가 어렵던 때 골판지와 전구를 이용해 작업하며 가게에를 시작했다. 전통적인 일본 가게에와는 달리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등에서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가게에를 주로 작업했다. 그는 40대 이후에는 그림자 회화에 주력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것처럼 단순하게 오려낸 종이들이 빛과 그림자의 조화 속에 환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냈다.
이번 전시에는 '서유기'나 중국 청나라 고전인 '요재지이' 속 '목단기' 이야기를 주제로 한 단색 그림자 회화부터 환상적인 동화 속 세계를 구현한 듯한 색감의 작품까지 200여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작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는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들이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 '은하철도의 밤'을 비롯해 '첼로 켜는 고슈' '구스코부도리 전기' 등의 이야기가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룬 그림으로 구현됐다. 전시는 4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