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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디어 중 아직은 수면 위로 많이 부상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을 받아줄 최적의 플랫폼은 로봇이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번 CES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각종 로봇이 선보일 예정이다. 인공지능이 지금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로봇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여겼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인공지능 발달로 인해 로봇이 충분한 성능과 가성비를 만들어 낸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결과는 CES에서 선보이는 로봇의 종류와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특히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산업 분야일수록 로봇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인공지능 로봇이 널리 쓰이게 되면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빼앗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사실 이 문구는 조금 고쳐질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로봇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직업을 대체하는 현상이 예상된다.' 라고 고치면 훨씬 정확하다. 사람이라는 문구는 공동체 또는 국가로 바꾸어 넣고 쓸 수도 있다. 그럼 우리의 기술 수준은 어떠할까? 과연 인공지능 로봇을 잘 만들고 잘 사용하는 공동체가 될 것인가? 그래서 미래 세상을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공동체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어떤 국가나 공동체의 기술 수준을 언급할 때 마라톤 경주에 비유하면 좋다. 마라톤 선수들은 초반에 그룹을 지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선두 그룹을 형성해 다 같이 뛰다가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가 단독으로 1등으로 뛰어나가는데 자신과 상대방의 체력 및 상황 변화가 고려된 다양한 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과정이다. 기술도 마라톤과 비슷하다. 기술 초반에는 선두 그룹이 형성되는데 지금 인공지능 로봇은 시작 단계이며 우리나라 기술은 선두는 아니지만 분명 선두 그룹에는 속해서 같이 뛰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누가 1등으로 뛰어나갈 것인가 그리고 그 1등을 누가 바짝 뒤 쫓아갈 것인가를 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은 산업 특성상 기초과학을 비롯해서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가 융합된 종합 산업이다. 따라서 선두로 나설 공동체는 과학기술의 내공이 잘 쌓여있는 곳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런 미래를 결정하게 될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는 초유의 일을 벌였다. 선두 그룹에서 같이 뛰던 마라톤 선수가 중간에 속도를 늦춰서 선두 그룹에서 뒤처지게 되었을 때 조만간 1등으로 뛰어나갈 선수를 쫓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따라잡을 수는 있을까? 이번 CES에서 선보일 훌륭한 로봇들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