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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바다와 맞닿은 해동용궁사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1376년(고려 우왕 2) 공민왕의 왕사를 지낸 나옹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 성지로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단다.
해동용궁사는 해안에 위치해 바다 전망이 좋다. 제룡단 방생 터는 해돋이 포인트. 지옥에서 고통을 겪는 중생을 구원하는 금빛 찬란한 지장보살이 바다를 등지고 앉았다. 음력 15일마다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는 보름방생법회가 여기서 열린다.
이름처럼 곳곳에 용의 기운이 오롯하다. 진신사리탑 아래에는 용두암, 대웅보전 주변의 비룡조각과 용궁단 등이 눈길을 끈다. 용궁단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내려다보는 해수관음대불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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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에 수로부인 설화가 나온다. 수로부인은 신라시대 강릉 태수 순정공의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 향가 '헌화가' '해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내용은 이렇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할 때 수로부인이 천 길 바위 봉우리 위에 활짝 핀 철쭉을 보고 갖고 싶어 했다. 누구도 나서지 못할 때 지나가던 노인이 이를 꺾어 가사를 지어 읊으며 부인에게 바쳤다. 이 때 노인이 부른 노래가 '헌화가'다. 순정공이 다시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바다에서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했다. 이에 한 노인이 백성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를 불렀더니 용이 부인을 다시 데려왔단다. 이 때 백성들이 모여 부른 노래가 '해가'다.
원덕읍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의 수로부인헌화공원, 증산동 증산해변 들머리의 해가사의터는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곳들이다. 수로부인헌화공원에는 용을 탄 수로부인, '해가'를 부르는 백성들의 조각상 등 설화의 내용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설치됐다. 바다 전망이 장쾌하다. 맑은 날에 울릉도가 보인다는 울릉도전망대, 해학적인 십이지신 나무 조각상, 망망한 바다를 배경으로 쉴 수 있는 카페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정상부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오르기도 수월하다. 해가사의터에선 '해가'관련 설화를 토대로 복원된 임해정을 기억하자. 여기도 전망이 좋다. 증산해변 너머로 해돋이 명소인 동해 추암 촛대바위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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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북읍에 용봉산(381m)이 있다. 높지 않지만 능선 곳곳에 솟은 바위 봉우리의 기세가 어찌나 등등한지 맞닥뜨리면 눈이 먼저 놀란다. 거침없는 산세가 용과 봉황의 움직임을 닮았고 '용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사롭지 않은 전설 속 '생명' 둘이 나란히 만났다. 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당당한 바위산을 '미니 금강산'이라고 칭송하니 벽두에 큰 기운 받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등산코스가 다양하다. 약 4시간 걸리는 종주코스를 비롯해 짧게는 30분짜리 코스까지 조성됐다. 사람들은 용봉산자연휴양림 들머리 구룡대 매표소→용봉사→병풍바위→용바위→악귀봉→노적봉→최고봉(정상)→투석봉→석불사→용봉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코스(3.4km, 약 2시간 30분)를 많이 이용한다.
봉우리 주변마다 부려진 기암들이 볼만하다. 용봉사 지나 만나는 병풍바위는 설악산 울산바위의 축소판. 이 위에 놓인 의자바위는 곧 떨어질 듯 아슬아슬 위태롭다. 거대한 용바위 지나 악귀봉 뒤로 돌아가면 산을 타고 오르는 두꺼비바위가 나타나고 노적봉 뒤에는 웅장한 사자바위가 숨어있다. 최고봉 아래에 도착하면 하늘로 뻗은 솟대바위가 반긴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내포지방의 들판 풍경은 또 어찌나 장쾌하고 시원한지. 용봉사도 기억하자. 여긴 영산회괘불탱(보물)과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보물)이 유명하다. 특히 4m 높이의 고려 불상인 마애여래입상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인상이 온화해서 알현하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지장전 뒤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가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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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면 회룡포(명승)는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350도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틀임하는 듯해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회룡포마을은 경주 김씨 일가의 집성촌으로 현재 7가구 12명이 거주한다.
비룡산 회룡대에 오르면 마을이 잘 보인다. 내성천이 마을을 휘돌아 흐르고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진 모습이 그림 같다. 마을은 비가 많이 내리면 섬으로 변해 '육지 속의 섬'이 된다. 비룡산도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르면 천년 고찰 장안사가 나온다. 이어 용왕각과 용바위가 나온다. 용왕각에는 용 그림이 있고 용바위에는 하늘에 오르는 용이 새겨졌다. 용바위나 용왕각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원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용왕각에서 회룡대까지 약 10분.
고즈넉한 회룡포마을은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 준서와 은서가 어린 시절에 놀던 장면도 여기서 촬영됐다. 마을에는 회룡포미르미로공원이 있고 마을을 에두르는 2.6km의 둘레길도 잘 조성됐다. 회룡포에서 삼강주막을 잇는 등산 코스를 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예천 삼강주막은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데 낙동강 소금 배가 여기서 안동으로 나가고 과거를 보는 유생들이 한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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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면 용암마을에 영남용바위가 있다. 용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하는 곳. 먼 옛날 두 마리 용이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다. 마을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이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흥군은 영남용바위에서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이르는 약 4km의 해안탐방로 '미르마루길'을 조성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일단 용이 승천했다는 영남용바위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기운이 영험해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이뤄진단다. 풍어를 소망하는 어민이나 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찾는다고. 전망도 좋다. 용암마을을 비롯해 포구 앞 내매물도, 멀리 팔영대교와 여수의 섬까지 눈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해안 오솔길은 '풍경 맛집'. 한겨울에도 초록 잎이 무성한 난대성 수목이 숲을 이룬다. 반짝이는 바다가 예쁘고 화산이 만들어냈다는 바위와 절벽이 거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절벽 아래에는 싸움에서 진 용이 숨어들었다는 '용굴'도 있다. 비 내리는 날이면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10km 떨어진 곳까지 들린단다. 계속가면 몽돌해변. 여기 사자바위가 흥미롭다. 승천한 용이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해 그를 이곳을 수호하는 사자바위로 만들었단다.
길 끝이 고흥우주발사전망대다. 나로우주센터와 직선거리로 약 17km. 로켓의 궤적이 맨눈으로 가장 잘 보이는 곳이 여기다. 물론 전망도 장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