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자 보험업계는 상생금융안을 쏟아냈다. 실손의료보험 인상폭을 크게 낮추고,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2.5~3% 인하하는 카드를 냈다. 특히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각 사마다 2.5%씩만 내려도 5000억원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생·손보업권 공동으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상생금융 상품을 내년 출시목표로 준비중이다.
기자가 만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회계상 이익이 늘어난 것 뿐인데 실적 개선을 이유로 상생금융안을 또 내놓아야한다니 다소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17은 보험사가 회계상 어떻게 가정 하냐에 따라 장래이익(CSM)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회계 변경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뛰면서 일각에서 '회계상 착시효과'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일부 보험사들이 IFRS17 수혜를 받은 건 사실이다. 국내 증시에서 보험업계가 올해처럼 주목받는 건 드문 일이다. 일례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금융 등 일부 상장사들은 실적 개선과 배당 기대감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보험사의 CEO와 임원들이 영전을 하기도 했다. 그 만큼 올해 보험사들이 실적 성장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뜻일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구는 보험사들이 자초한 일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IFRS17 효과는 없다. 대신 연말 자동차보험·실손보험료 조정으로 인해 실적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다분하다. 이미 시장점유율이 높은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자동차보험 손해율 때문에 실적을 깎아 먹고 있다. 내년에는 보험업계가 본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실적을 성장시켜 유의미한 사회공헌과 상생금융을 실행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