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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신광수 작가의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대본 공모 당선작' 극본의 초연 작품이다. 18세기 조선 사회와 궁중의 모순, 부조리, 부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지배계급과 탐관오리의 핍박·착취·수탈을 혁파하고 새로운 이상세계를 구축하려는 민중들의 자각, 열망, 처절한 몸부림을 그린다. '달문'은 이 시기 실존한 톱스타 광대로서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을 운집시키는 팬덤을 누리며 맹활약했다. 당대의 어지러움과 백성의 궁핍으로 달문은 이 작품에서 예인보다는 난세를 평정하는 '봉기 지도자'로 희구 돼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달문이 고달픈 세상을 구해 이상 국가를 만들 '영웅'으로 거듭나주길 바라는 민중의 간절한 심리가 투영됐기 때문이다.
이 연극에서 달문은 부패한 '왕(용·龍)'과 '궁궐'이 이름만 언급돼도 두려워할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카리스마, 공포성, 영웅성이 증폭된다. 달문을 민중이 숭앙하는 영웅으로 점차 격상해주는 극적 장치는 바로 '전기수'다. 전기수는 조선 후기에 등장해 얘기나 소설을 읽어 주던 전문 낭독가인데, 1899년쯤 나타나 활동사진과 무성영화에서 익살스러운 해설자로 일했던 '변사'와 함께 우리나라 대중예술사에서 극적 해학과 풍자의 격을 높인 '이야기꾼 예인'으로 평가된다.
극단은 작품 전체에 흐르는 테마와 에피소드별 소주제들을 김정섭 예술감독(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의 감각적인 서사·캐릭터 정교화 작업, 이상희 연출가의 노련하고 섬세한 연출 문법, 최태선 안무가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역동적 안무, 신영길 음악감독(작곡가)의 극적 상황과 감정선을 꿰뚫는 음악, 권순창 화백의 미려한 수묵 담채화, 이탈리아 출신 미켈레 눈노 영상감독의 다차원적 인터렉티브 영상기법으로 직조해 극적 감동의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노력의 일환으로 양미경 배우가 최근 공연 자문위원으로 합류해 드라마 '대장금' 등에서 익힌 풍부한 사극 출연 경험을 배우와 제작진에 전수했는 설명이다.
최경희 극단 집현 대표는 "연암 박지원의 '광문자전'과 '서광문전후', 홍신유의 '달문가', 이규상의 '달문', 이옥의 '달문', 조수삼의 '달문' 등 달문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은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도 자주 출제될 정도로 문학성, 역사성,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이 연극을 통해 달문의 예술가적 가치는 물론 당대의 사회적 모순과 이상을 공감하고 해석해보는 의미 있는 계기를 관객님들께 선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