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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은 정구호 연출의 작품으로 세련된 무대 미학이 돋보인다. 정갈한 선비정신을 사군자를 상징하는 매·난·국·죽에 담아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낸 작품이다. 2013년 초연 이후 10년간 일본, 프랑스, 헝가리 등 10개국에서 총 43회 공연됐다.
작품은 총 6장으로 구성됐다. 서무와 종무는 백색과 흑색으로, 2∼5장은 사계절을 상징하는 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다. 강렬한 색감과 세련된 연출은 매 순간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한 장면을 선사한다.
안무는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고(故) 최현의 '군자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호흡으로 정중동의 미학을 표현한다. 윤 전 예술감독은 "작품의 핵심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길고 짧은 호흡, 치맛자락 아래로 언뜻 스치듯 보이는 내밀한 버선발의 움직임"이라며 "움직임의 자취에서 한국춤 고유의 색과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구호 연출은 "한국춤의 뿌리와 핵심을 추출해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며 "가장 진화된 전통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