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수교 140년, 전략적 파트너로 거듭나는 한영 관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20301000066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2. 04. 06:00

윤여철 주영국대한민국대사
윤여철
윤여철 주영국대한민국대사
지난 11월 20일부터 23일 간,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찰스 3세 국왕이 올해 5월 대관식을 치른 이래 처음 맞는 국빈이다. 국빈 방문은 여느 방문과는 격이 다르다. 말 그대로 나라의 손님을 맞이하는 일이다. 버킹엄궁 앞 대로를 따라 대형 한영 양국기가 함께 펄럭이고,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와 의전이 제공된다. 그래서 아무 나라나 초청하지 않는다. 그런데 찰스 3세 국왕이 다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을, 그것도 대관식 이후 첫 국빈으로 초청한 것이다.

올해는 1883년 한영간 외교관계가 수립된지 140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다만 이번 국빈 방문이 성사된 것은 140주년이라는 숫자 때문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영은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제조업, 통상, 첨단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을 넘어 인태지역 주요국과도 관계를 심화하려는 영국이 한국에 손을 내민 이유다.

한국에게도 영국은 중요하다.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이자 G7의 일원이다. 또한 56개 영연방 국가의 중심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국가다. 양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문제나 엄혹한 인권 상황에 대한 입장을 같이한다.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해서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영국은 또한 세계 6위 거대시장이자 과학기술 강국, 탄소 중립 이행 선도국이다. 두 나라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양국은 핵심 가치들도 공유한다. 필자는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이룩한 예외적 성공의 비결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 인권과 같은 핵심 가치를 흔들림 없이 추구해 온 것에 있다고 본다. 영국은 벌써 70년도 전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만 1천여명의 병력을 파병했던 나라다. 이 중 1,100여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바쳤고 지금도 부산 유엔 기념 공원에는 892분의 영국군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다. 한영 양국은 공유하는 가치를 위해 이미 어깨를 맞댔던 혈맹의 동지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표한다.
오늘의 한영 관계는 공유하는 가치의 토대 위에 한층 긴밀해 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보편적 가치들을 증진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글로벌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를 우리 외교정책의 비전으로 제시한바 있다. 영국은 바로 의회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보편적 가치들을 누구보다 먼저 발굴한 나라이고, 여전히 국제사회의 논의를 선도하고 있다. 마음이 맞는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영은 함께 더욱 눈부신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양국의 마음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실제로 많은 성과가 있었다. 두 나라는 제반 분야에서의 협력을 망라하는 '다우닝가 합의'를 채택하고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또한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번영과 안보 증진을 위한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 신설, 대북제재 이행 공조 강화, FTA 개선협상 개시선언, 원전분야 및 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MOU도 다수 체결됐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영으로 두 나라는 사실상 동맹이라고도 불러도 될 만큼 가까워졌다. 140년 전 조영수호통상 조약에 서명했던 이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변화고, 발전이다. 한영 양국이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함께 열어갈 미래를 그리며, 한영 관계의 결정적 시점에 양국 관계 증진의 일익을 맡은 주영국대사로서, 각오를 새롭게 다져본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