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남 작가 "선승으로서 면모 알리고 싶었다"
영화 '관상'의 원작소설가인 백금남씨가 쓴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는 불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유학과 명리까지 달통했던 탄허스님을 입체감 있게 소개했다.
29일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백 작가는 "탄허스님하면 화엄경을 번역한 학승이나 예언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자기를 찾는 데 치열했던 선승의 면모는 덜 알려진 것 같다"며 "탄허스님의 일대기를 통해 좀 더 그분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최고의 선승으로 꼽혔던 전강스님은 탄허스님의 강의를 들은 후 젊은 승의 절을 맞절로 응대했고, 경봉스님은 '한 삼백년은 살아야 할 사람'이라며 '오대산 젊은 호랑이가 가는 곳에 한국 불교가 빛날 것'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스님은 나이 쉰아홉부터 돌을 갈아 죽을 쑤어 먹으며 수행을 했다. 중생들은 힘들게 일해서 시주하는 데 승려가 시주의 은혜를 무겁게 여기지 않으면 수행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사실 탄허스님은 10만 장이 넘는 번역 원고를 남겼음에도 자신의 사적인 기록은 전혀 남기지 않았다. 따라서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사서삼경을 비롯한 유가의 모든 경서를 섭렵하고 노자와 장자까지 두루 통달했음에도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의혹을 풀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 유생의 모습이나,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의 변화 과정 등은 일반 작가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백 작가는 이러한 난제들을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로 엮어냈다. 출가 전 유가·도가의 교리로 풀 수 없었던 문제를 그의 스승이었던 이극종 선생이나 당대의 선지식인들과의 대담을 통해 구체화했다. 또한 불가로의 귀의에 있어서는 경허 선사의 이야기와 불가 스승인 한암스님의 출가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승려의 고뇌와 갈등을 우회적으로 풀어 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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