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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다. 올해는 판을 키워 기간을 15일에서 20일로 늘렸고, 참여업체도 2500여 개나 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만 남아 있다.
8년이 지났지만 브랜드화가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코세페'가 '한국판 블프'가 아직 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과 다른 유통 구조 문제 때문이다. 미국은 유통업체가 직매입해 판매를 하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재고떨이 차원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팔고 남은 제품을 해가 가기 전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80~90%의 할인율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다르다. 미국과 달리 국내 유통사는 제조사로부터 입점 수수료를 받고 판매를 중개하기 때문에 유통사가 나서서 할인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행사 초창기에는 유통 대목인 추석을 전후해 실시하다 보니 할인폭도 크지 않았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재고떨이를 목적으로 할인폭을 키울 이유가 있었지만 초창기 '코세페'는 굳이 제조사가 할인폭을 키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흐름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코세페'는 쇼핑시즌인 11월로 옮겼지만 여전히 제조사 주도가 아닌 유통채널이 이끌다 보니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와 비교해 할인율이 낮다.
또 유통채널들이 해외직구 활성화로 인한 국내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자신들만의 세일 브랜드를 앞세우는 영향도 있다. 신세계그룹 통합할인축제 '쓱데이'와 롯데유통군 통합할인 '롯데레드페스타', 현대백화점그룹의 연합 쇼핑대전 '현대백화점 패밀리위크' 등이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채널보다 먼저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서 할인행사를 진행한 G마켓의 '빅스마일데이'나 쿠팡, 11번가 등도 할인행사에 '블랙프라이데이'나 '블프'를 내세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코세페'란 단어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11월 11일 중국의 광군제는 한 대학교에서 시작한 솔로 축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알리바바 대표 마윈은 솔로들의 외로움을 쇼핑으로 극복하자는 모티브로 광군제 이벤트를 시작, 2017년에는 하루 만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을 뛰어넘으며 세계인들에게 각인됐다.
한국의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이런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할인폭을 억지로 끌어올리기보다는 쇼핑의 당위성을 주고 스토리텔링 등으로 매력을 더해야 한국만의 쇼핑축제로 만들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중국의 광군제처럼 글로벌 고객유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행사를 돌이켜 보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K-컬처에 못지않은 K-쇼핑의 위상을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