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최광 칼럼] 노동과 노동조합 본질 정확히 이해하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12201001453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1. 22. 18:18

2023102401002285600130201
최광 대구대 석좌교수·전 보건복지부 장관
노사갈등과 그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노동의 본질과 노동조합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이해나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관련 정책이 크게 겉돌거나 잘못 추진되고 있다.

◇노동부문이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 노동시장의 경쟁력은 매우 낮고, 경제 자유도 분석에 따르면 우리의 노동시장은 최하위 부자유 등급을 받고 있다. 노동부문이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지 오래다. 최근 한 신문사의 조사에 의하면, 가장 혁신이 필요한 분야로 국회에 이어 노동단체가 지적되었다. 이 모든 분석과 조사는 제대로 된 노동개혁·노조개혁이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시사한다.
직업으로서의 노동에는 △생계 수단으로서의 노동 △자아실현 수단으로서의 노동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동의 이 두 가지 측면이나 의미의 본질이 현실의 임금정책과 노사관계 정책 수립에서 강조되기는커녕 인식조차 되고 있지 못해 안타깝다.

◇생계 수단으로서의 노동
모든 노동자는 생계유지를 위해 보다 많은 소득을 얻기 바란다.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 노동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동자든 기업가든 자본가든 누구에게나, 소득은 자신이 가진 그 무엇을 타인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다. 소득은 남에게 무언가를 베푼 것에 대한 보상이므로, 소득을 많이 얻고자 하는 노동자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최상의 노동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제공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이 파업이라는 수단을 동원함으로써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데, 이는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노조 지도자들이 조합원들의 소득수준을 높이기를 진정 원한다면, 노동자들이 양질의 노동서비스를 더 오랜 시간 사업장에서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축적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노동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노동서비스의 질과 양을 고려하지 않은 임금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호봉제, 최저임금제,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 제도' 등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호봉제는 입사동기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평생 같은 보수를 받기에 능력 있는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아 문제고, 최저임금제는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을 양산하는 동시에 최저임금이 그들 노동의 질적 차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아 불공평을 초래해 문제다. 그리고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 제도'는 더 많은 시간 노동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소득을 얻고자 하는 노동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하기에 문제다.

◇자아실현 수단으로서의 노동

수많은 위대한 창조자들과 회사 내 별종들이 밤낮 미친 듯 일하는 것은, 소득 획득을 넘어 자기완성과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모든 노동자는 일을 통해 자기완성과 자아실현을 할 때 희열을 느낀다. 노동에 대한 이러한 고찰이 노동정책과 노동개혁에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것에 더 몰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16세기 종교개혁 시기부터 개신교의 노동관을 받아들인 서구에서, 노동 또는 직업은 신으로부터 주어진 소명(召命)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때부터 노동이 종교적 구원을 성취하는 유일한 길로 받아들여져서, 사람들은 노동에 대해 엄격하고 자기희생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웃 일본의 경우도 노동에 대한 인식은 남다르다. 역사의식이 있는 선각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가르치고, 그 가르침을 정성껏 이어받은 후손들이 합작하여 일구어낸 역사가 오늘의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노동과 관련하여 이시다 바이간(石田海岩, 1685~1744)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이시다는 돈보다 귀중한 것이 자기완성이고, 노동은 곧 정신수양으로 자기완성에 도달하는 첩경이라 설파했다. 일하는 것이 도를 닦는 것이니, 이익이 없더라도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장인정신'은 바로 이러한 노동관에 기인한다.

◇노동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

기독교의 노동관이든 이시다의 노동관이든 모두 노동을 천직으로 파악한다. 이에 따라 근면 성실한 노동으로 소득을 버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가장 열심히 많은 시간을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근면성으로 세계의 칭송을 받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노동자의 경우 투쟁으로 더 높은 소득을 얻으려 하며, 자기완성의 근로의식은 거의 종적을 감추었다. 평균적인 한국 근로자는 '일'이나 '노동'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노동은 힘든 것이기에 되도록 피하고 적게 하려 한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이란 말은 산업사회의 출현과 함께 등장했지만,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출현에는 커다란 시차가 있었다. 산업혁명이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되었기에 노동자는 그 시점에 출현했으나, 노동조합은 100년이 지난 19세기 중반에서야 출현하였다. 세계 최초의 노동조합인 기술자연합회(Amalgamated Society of Engineers)가 영국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51년이었다.
그러면 노동조합이란 무엇이고, 노동조합의 활동에 정부가 왜 개입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동조합이 노동의 독점적 공급자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이 이익집단(interest group)의 대표적 사례라는 점이다.

◇노동의 독점적 공급자인 노동조합

라인강의 기적을 창출한 에르하르트 수상은 "노조는 노동력의 독점단체이며, 이것이 지나치게 강대해져 독점권을 행사하게 되면 기업의 독점행위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간섭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노동조합이 독점적 공급자라는 성격과 그로 인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제품시장의 독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폐해를 지적하며 정부의 개입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생산요소시장에서의 노동의 경우, 노동조합이 노동공급을 독점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를 자본가에 대칭되는 존재, 약자이기에 보호되어야 하는 존재로만 간주해 왔다. 노동 착취는 자본주의 발전 초기단계에 일부 기업에서는 가능했을지 모르나, 오늘날 노동 착취는 더 이상 없다. 만약 특정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면, 더 이상 원하는 노동자를 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노동조합의 이익집단으로서의 폐해

노동조합은 각종 경제단체, 전문 직능단체, 소비자 단체, 농민단체, 직종별 협회, 카르텔 등과 더불어 수많은 이익집단들 중 하나다. 이익집단이 구성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이익집단은 가격통제, 생산제한, 지역제한, 획일적 시장형태의 유도, 신규진입의 제한 등 각종의 경쟁 제한적 행위를 통해 기술혁신과 자본축적을 저해하는 등, 사회의 경직성을 유발하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

가장 활발한 이익집단인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국가경쟁력의 확보 및 유지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필자는 노동조합의 존재를 부인하려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의 본질과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적절히 규제되지 않은 노동조합이 어떠한 폐해를 초래하고 경제의 정상적 작동을 방해하는가를 분명히 보여주려는 것이다.

노사관계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시장경제체제 내에서의 상호작용이기에 자치(주의)가 당연하나, 어느 한 주체가 법으로부터 일탈할 경우 법치(주의)가 원칙이다. 노동자나 사용자의 재산권과 선택의 자유를 법률로서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사를 막론하고 법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에 대해선, 정부가 단호하게 법의 제제를 가하는 것이 노동정책의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

◇무법·불법·탈법의 한국 노동조합

그러나 불행하게도 1980년대 중반부터 민주화 운동을 빌미로 우리 노동조합은 법 위에 군림해서 무법·불법·탈법을 저지르기 일쑤였다.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하에서 민주노총의 일부 조합원은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조합 홈페이지에 북한 노동자연맹과 함께 반미·반정부 투쟁을 부추기는 선언서 등을 보란 듯이 올려놓는 이적행위를 하였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이익보다는 북한 주체사상에 매몰되어 있다. 지구상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노동조합이 일당독재 전체주의를 찬양하는 경우가 있는가?

노동자 개개인은 정치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협상의 대상인 임금인상 요구나 사업장의 안전 확보를 넘어, 국가정책에 깊이 개입하고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큰 문제다. 전교조가 교육정책을 두고 시비를 거는 것, 민노총이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거나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것, 언론노조가 특정 정당의 편을 들어 편파 뉴스를 양산하는 것 등, 이 모두 노동조합 본연의 활동 영역을 벗어난 불법· 탈법 행위다. 만약 현행법이 이러한 활동을 허용한다면, 그 법은 반드시 폐지·개정돼야 한다.

◇사업장 평화와 노동 경쟁력 확보를 위한 4대 원칙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반영되도록 노동자 대표가 선출되어야 하고, 노동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을 완전히 민주화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이 소수의 간부에 의한 노동조합 지배나 일부 선동가들에 의한 파괴적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둘째, 산업별 노조연합과 정부를 포함한 제3자의 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외부 요인에 의해 노동자나 사용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노동조합은 자치조직이기에 노동조합의 운영은 조합원의 회비에 의해서만 운영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보수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기업가를 적대시하면서 노조를 일방적으로 편들어서는 안 되고, 노동자와 사용자 간 공정한 경기규칙을 마련하고 공평무사한 심판자로서 기능해야 한다. 이들 네 원칙들이 동시에 수용되지 않고는 사업장의 평화는 요원할 것이고 노동의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하다.

최광 대구대 석좌교수·전 보건복지부 장관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