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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시절 작성한 기사 초고 중 일부다. 선배 기자에게 꾸지람을 들은 문장이기도 하다. 한 사람 한 사람 귀하지 않은 목숨이 없는데, 대수롭지 않다는 어감을 지닌 '그쳤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타당하냐는 까닭에서다. 사망자 수라는 '데이터'에 매몰돼 생명의 소중함을 망각한 실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건설업계도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 같다. 작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근로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건설현장 사망자 수가 작년보다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건설사고 사망자 수는 1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160명) 대비 약 14% 증가한 수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로 한정해도 작년과 동일한 41명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건설사들이 △대표이사·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등 경영진의 현장 점검 △근로자 안전을 위한 새로운 장비·기술 개발 △위험 상황 발생 시 작업 중지권 보장 등 안전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선전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일각에선 이들 기업이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보에 치중했다는 맹비판도 나온다.
일부 건설사 관계자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고 하도급 시공이 빈번하다는 점을 들어 현장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입장에선 할 만큼 했다'라는 생각을 가져선 곤란하다.
슬슬 겨울이 온다. 낮은 기온 탓에 콘크리트 타설·보온양생 과정에서 붕괴·질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시기다. 이 기간 건설업계가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