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최광 칼럼] 위대한 지도자는 혜안 가진 책사 둔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02401001302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0. 24. 18:24

2023092101002297400130891
최광 대구대 석좌교수·전 보건복지부 장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나라의 명운은 언제나 위대한 지도자를 갖는지 여부와 함께했다. 위대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과 구체적 사례에 대해서는 정리된 자료들이 차고 넘친다.

위대한 지도자는 대중이 요구하는 바를 따라가는 사람이(follower) 아니고, 신념과 확신으로 국민을 끌고 가는 사람(leader)임을 역사가 웅변해 주고 있다. 지도자는 나라에 목숨을 바칠 각오를 가진 애국자여야 하고 국민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넘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보다 혜안이 높은 훌륭한 책사를 곁에 두고,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만 역사에 남는 위대한 지도자가 된다.


◇위대한 지도자들의 신념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들이 어떠한 신념으로 나라를 이끌고 자신들의 성취를 일궈냈는지를 살펴보자.

-에르하르트, 대처 그리고 레이건

라인강의 기적을 창출한 독일의 에르하르트(Ludwig Erhard) 수상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우리가 이룩한 성공의 비결은 바로 자유시장경제에서의 경쟁을 통한 경제의 역동성에 있다"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정책이야말로 가장 좋은 사회보장정책이며, 경제정책이 성공할수록 사회보장정책은 필요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노조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노조는 경제성장을 통해 장래에 더 큰 과실을 먹기보다는 현재의 조그만 과실을 즉시 먹고 싶어 분배만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철의 여인으로 추앙받으며 수렁에 빠진 영국을 구해 낸 대처(Margaret Thatcher) 수상은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평등을 자유보다도 앞세우는 사회는 결국 평등도 자유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자유를 첫째로 내세우는 사회는 보다 큰 자유와 보다 큰 평등을 달성할 것이다"라고 갈파하였다. 지도자가 국민으로부터 어떻게 인기를 얻느냐에 대해 "인기가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할 용기가 있으면 대중은 당신을 존경할 것이다"라고 했다. 세계 역사상 공산주의를 소멸시킨 것으로 명성을 얻은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란 마르크스와 레닌을 읽는 사람이다. 비공산주의자란 마르크스와 레닌을 이해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해 우리나라 종북 주사파 세력들의 실체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현대 정부에 대해 "정부가 팽창하면 자유는 축소된다" "진정한 적은 대기업이 아니라 비대한 정부이다" "경제위기의 주범은 장밋빛 예측에 따라 방만하게 지출한 연방정부이다" "현재의 위기에서 정부는 문제의 해결방법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이다" 등 참으로 촌철살인의 성찰들을 남겼다.

군사적 대치와 관련해서는 "서로 평화롭게 살자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전쟁에서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다"라는 레이건의 말보다 더 유익하고 유용한 말이 있을까?


-대한민국 75년 이승만·박정희

조선왕조 500년 동안 27분의 임금님들 중 성군이 몇 명이고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이구동성으로 세종대왕을 꼽고, 몇 사람이 정조를 언급하면 그 후 조용해지기가 일쑤였다. 1948년 건국 이래 지난 75년 동안 13분의 대통령 중 위대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종북 주사파들의 폄하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두 분은 세계가 칭송하는 위대한 지도자이다. 오늘날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살 수 있게 한 분이 이승만 대통령이고, 경제번영으로 우리가 잘살 수 있게 한 분이 박정희 대통령이다.

이 두 분의 위대한 지도자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르며 변방의 후진국에 불과할지 모른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2분의 성군이 있었던 것과 대비해, 불과 75년 동안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2분의 위대한 지도자를 갖게 된 것은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말로 큰 축복이다.


◇위대한 지도자 뒤엔 훌륭한 책사

위대한 업적을 남긴 지도자 뒤에는 언제나 훌륭한 책사(策士)가 있었다. 국사(國事)는 능력이 출중한 핵심 책사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위대한 지도자와 훌륭한 책사의 역사적 사례는 제(齊)나라 환공(桓公)과 관중(管中), 당(唐) 태종(太宗)과 방현령(房玄齡) 두여회(杜如晦) 위징(魏徵), 그리고 전두환 대통령과 김재익 수석이다.


-제 환공 뒤엔 관중

제나라 환공과 관중이 함께 엮어낸 역사는 주군과 책사의 전범(典範)이다. 관중은 스미스(Adam Smith)보다도 2400년도 더 전에 부국안민(富國安民)의 경제학을 정립한 사람이며 세계 최초로 국가 재정의 핵심을 이해한 사람이다. 관중은 춘추시대의 경제체제, 행정, 군가, 법률 , 외교 등 모든 방면의 질서를 세운 사람이다. 사농공상의 분업, 시장의 활성화, 국제무역, 농지개간, 세제개혁, 중앙과 지방 행정체제 확립, 삼군제도의 정비, 법령의 집행 방식 확립, 존왕양이와 회맹질서의 수립, 그 모든 것이 관중의 손에서 나왔고 환공을 춘추오패의 첫 번째 패자로 등극하게 하였다.

관중의 통치원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널리 인재를 천거하게 해서 쓴다. 정치의 근본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법을 명확하게 하여 백성들에게 행위의 준칙을 명백히 밝힌다. 관중의 통치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기존의 정치가들과 관중을 가르는 핵심적인 차이다. 경제에 관한 한 공자나 맹자, 순자 모두 관중을 따르고 있다. 제갈량의 사표(師表)는 관중이었다.


-당 태종 뒤엔 방두(방헌령과 두여회)

당 태종은 방두(방헌령과 두여회)의 도움을 받아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이룸으로써 5000년 중국 역사의 최고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태종이 신하들과 주고받은 말들을 기록한 『정관정요』는 제왕학과 참모학의 성전(聖典)이라 불리며 일본 최고 경영자들이 가장 애독하는 책이다.

당 태종은 사심을 누르고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정치에 힘썼고, 무술 병법에 뛰어난 동시에 결단력과 포용력을 갖춰 백성의 신망을 받았으며, 자신의 위엄을 유지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친근감을 주었으며, 다른 사람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성공의 길에 보탬이 되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에 더하여 스스로 근검절약을 생활화하고 황족과 대신 모두가 이를 본받도록 했으며, 당대의 학자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책에 묻혀서 살았으며, 상대 진영에 있던 인재들까지 포용해 자신의 휘하에 거두었다. 그 결과 시대의 성군이자 최고의 지도자라는 평가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관정요』에 따르면 태종이 "창업과 수성 중 어느 쪽이 어려운가?" 물었을 때, 난세를 평정해 나라를 건국하는 과정에서 온갖 어려움을 태종과 함께했던 방현령은 창업이 어렵다고 답하고, 평화의 지속과 정권의 유지를 염려한 위징은 수성이 어렵다고 답하였는데, 태종은 당 나라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위징의 손을 들어주었다. 태종은 '현무문의 변'에서 자신을 죽이려 획책했던 위징을 '쓴소리의 황제'라 부르며 간의대부(諫議大夫)로 임명했는데 그를 "감히 간언했으며, 능히 간언했고, 훌륭히 간언했다"고 평했다. 태종은 "천하에 현명한 인재가 없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인재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것을 걱정한다"고 했다.


-전두환·김재익, 전대미문 '예산동결'

경제정책을 두고 위대한 지도자와 훌륭한 책사 관계의 대표적 사례는 우리나라의 전두환 대통령과 김재익 경제수석의 경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탁월한 경제학자 김재익의 지도로 경제 문외한 전두환은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통해 경제의 메커니즘을 꿰뚫어 나가게 된다.

제나라 환공을 춘추시대 패자로 등극시킨 관중의 주군과 참모의 관계가 전두환과 김재익 사이에 전개되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성장·물가·국제수지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는 위업이 달성된다.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했을 정도로 대통령 전두환은 경제수석 김재익을 신임했다.

대한민국 재정정책 75년 역사에 있어서 전대미문의 1984년도 예산 동결은 혁명에 가까운 발상이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놓고 보면 사실 예산 동결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전두환과 책사 김재익은 안정화의 기치를 들고 예산 동결을 감행했다.

그 결과 1982년으로 29.5%였던 국가채무비율이 대통령 임기 말인 1988년에 18.4%로 대폭 하락하였고, 계속 하락하여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에는 9.9%까지 하락하였다. 최근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이 50%에 달했음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지도자 전두환 대통령과 책사 김재익 수석이 내린 전무후무한 결단 덕분이다.


◇지도자-책사의 여러 조합

역사의 흐름에서 한 시대가 당면하는 과제와 그 과제를 해결해야 할 지도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책사는 지도자가 물색해 택한다. 지도자와 책사의 조합에는 위대한 지도자와 훌륭한 책사의 조합, 위대한 지도자와 보통의 책사의 조합, 보통의 지도자와 훌륭한 책사의 조합, 보통의 지도자와 보통의 책사의 조합 등 네 유형이 있다.

보통의 지도자와 보통의 책사의 조합이 역사상 가장 빈번히 나타나는 유형이다. 반면에 위대한 지도자와 훌륭한 책사의 조합은 굉장히 드물게 나타나는바 당태종과 3명의 책사, 대처 수상과 조셉(Keith Joseph) 경, 전두환 대통령과 김재익 수석 경우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 한편 위대한 지도자 자신의 단독 플레이만으로 역사를 바꾼 지도자들이 적지 않은데 에르하르트 수상, 레이건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이다. 훌륭한 책사만으로 천하를 도모한 사례는 관중이 제나라 환공을 도와 춘추시대 패자(覇者)가 된 것이다. 보통의 지도자 환공은 경세제민에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환공이 형과 권력투쟁을 할 때 관중이 형의 편을 들고 자신을 죽이려 했으나, 절친인 포숙아(鮑叔牙)의 "제나라만 다스리려면 저 포숙아를 쓰시고 천하를 다스리려면 관중을 쓰소서"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관중을 재상으로 임명했던 용단의 인물이었다.


◇윤석열, '체제 교체' 할 책사 구하길

자유 우파세력의 사활을 건 성원에 힘입어 정권 교체의 위업을 달성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체제 교체'다. 내각에 이 시대적 소명을 확실히 인식한 국무위원이 많이 포진되어야 하며, 대통령실에는 실장급 책사가 체제 교체를 선두에서 지휘해야 한다. 다음 총선은 물론 다음 대선에서도 자유 우파가 승리하여 완벽히 체제 교체를 달성하는 기초를 마련한 위대한 지도자로 윤 대통령이 역사에 기록되길 기원한다.

최광 (대구대 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