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한 보험사 임원의 말이다. 해외 현지 당국의 규제에 맞춰 해외사업을 영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들까지 더해져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동남아 시장의 경우 현지 정치 상황에 따라 규제 변수가 많은 지역이다. 보험업계가 공격적으로 해외진출을 도모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같은 현실은 통계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해외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보험회사의 해외점포 자산 비중은 총 자산 대비 0.9%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글로벌 자산 비중이 10~20%에 달하는 것과 비교된다. 일부 대형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보험사 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미미한 규모라는 진단이다.
이토록 보험사들의 글로벌 진출이 타 금융업권에 비해 더딘 이유는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내심을 갖고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자금 여유가 되는 대형사가 아니면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로서는 적정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우에만 자금차입이 가능하고,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의 총 발행한도도 자기자본의 1배 이내로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외화채권을 해외 금융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는 규제 문턱이 높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채권 발행 목적에 대한 제한이 없다. 때문에 발빠르게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해외에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 규제를 풀어 줘야한다고 강조한다. 자금이 풀리면 사업다각화를 통해 해외사업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어 보험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당국 규제뿐 아니라 각 나라 현지 당국의 규제 정책도 맞춰야하기 때문에 보험업 진출은 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내 보험시장이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동남아 보험시장은 젊은 인구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중이다. 보험회사로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기회인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해외 진출 관련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K-보험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