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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체포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룰라 대통령은 "결정은 저나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법원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고 로이터 등은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 같은 문제에 대해 "내가 브라질 대통령이고 그(푸틴)가 브라질에 온다면, 그가 체포될 이유가 없다"고 말해 비난을 산 바 있다.
지난 3월 ICC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키는 등의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ICC 회원국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지난 7월에는 푸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 여부가 문제가 됐었고, 결국 푸틴은 남아공을 방문하지 않았다. 브라질 또한 ICC 회원국인데 룰라 대통령은 협조 의무를 부인하는 듯한 말을 했다가 비난을 받자 다시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하지만 룰라는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인도 등은 왜 ICC에 참여하지 않는지 알고 싶다"며 ICC 회원국 가입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그는 "브라질은 왜 ICC 규정에 서명했는지, 그 협정 과정을 살펴볼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ICC 회원국 탈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세계 최초의 상설 전쟁범죄 재판기구인 ICC는 집단학살·반인륜 범죄·전쟁 범죄 등에 대한 수사·기소·처벌 권한을 갖지만, 미국·러시아·중국 등 주요국이 비회원국이어서 실질적 역할에 대해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룰라 대통령은 이 점을 지적하며 문제는 자신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중국과 우호 관계에 있는 룰라 대통령은 내년 11월 리우데자네이루 G20 정상회담에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을 초청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푸틴 체포와 관련해 다시 난처해질 가능성을 의식한 듯 "그 전에 우크라이나 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