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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중·러 연대 본격화 및 북한 정권 창건 기념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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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9. 07. 18:00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외교학박사
이중구 박사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외교학박사
최근 북·중·러 연대가 심상치 않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공화국 창건 75년 기념일(9·9절)에 당대회 목표의 하나인 '세계적인 범위의 반미공동투쟁'을 적극 구현할 태세다.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인사가 공화국창건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이 다음 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될 동방경제포럼에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이데올로기 경쟁'으로 인해 세계는 동과 서로 분열됐고, 냉전의 서막에서 북한 정권이 형성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 격화 등 글로벌 안보환경의 결정적 변화는 북한 정권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북·중·러 연대를 촉진하며 냉전의 흑역사를 소환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 성과를 지켜본 스탈린 소련 서기장은 핵무기 개발을 공식적으로 지시했다. 1946년 2월 주소련 미국대사관의 조지 케넌은 '긴 전문(long telegram)'을 통해 소련에 대해서 '봉쇄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보고했고, 같은 해 주미국 소련대사 역시 장문의 전문를 통해 '미국은 소련에 매우 적대적'이라고 경고했다. 그 결과 1947년 3월 트루먼 독트린과 같은 해 6월 마셜 플랜이 발표되면서 냉전이 시작됐다. 이듬해 북한은 유엔이 감독하는 자유 선거를 거부하고 9월 9일 단독정부를 수립했다. 1948년 12월 유엔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는 대한민국이라고 승인했다.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6·25전쟁을 일으켰다.

오늘날 냉전의 역사가 더 강력하고 치명적으로 재연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40년 결과가 시진핑 주석의 '권력 장기화'라는 것에 대해 자유주의 진영은 좌절감을 느낀다. 지난해 2일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러 간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권위주의에 맞서기 위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민주진영의 가치 연대가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역내 안보 상황을 이용해 핵능력 증강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지난해 3월 2일 유엔총회 긴급특별총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 러시아도 유엔의 대북 제재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북한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하며 북·러 간 군사협력 재개 가능성은 현실이 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가 개선되면 핵능력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지원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하는 군사기술과 장비를 지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이나 핵잠수함 기술 전수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정권 창건 75주년을 맞아 꽃놀이패를 쥐고 신냉전 구도에 전략적으로 편승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실시한 전군지휘훈련의 목표에 대해 '남반부 전 영토의 점령'이었다고 주장했다. 9월 2일 새벽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전술핵공격 능력을 검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분열과 갈등, 그리고 신냉전에 편승한 북한의 꽃놀이패는 악수(惡手)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적대시하는 것은 NATO 31개 회원국과 전 세계 민주 국가들에 '북한은 미래가 없는 존재'라는 인식만 키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러 관계는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반대로 서구 진영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자유·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해 한국의 통일을 지지할 것이다.
북한은 정권 창건 75주년을 맞아 헛된 꿈을 버리고 국제사회에서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불법적 침공으로 인해 6·25전쟁에서 충돌했던 미국과 중국은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 북한 정권이 인정받고 싶다면 핵을 포기하는 담대한 출구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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